“표현의 자유 지켜져야”-“노란조끼 시위중 11명 사망”… 마크롱·푸틴 가시돋친 설전

입력 2019-08-21 04:03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과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의 여름 별장인 지중해 연안 브레강송 요새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주요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두 스트롱맨이 19일(현지시간)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상대국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를 거론하며 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두 정상은 오는 25일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문제 등 양국 주요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프랑스 대통령의 여름 별장인 지중해 연안 브레강송 요새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가졌다.

마크롱 대통령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회담 후 푸틴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서 “우리는 올해 여름을 저항의 자유, 표현의 자유, 의견의 자유, 선거에 참여할 자유로 명명했다. 유럽 주요국이 그렇듯 러시아에서도 이런 자유들이 지켜져야 한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러시아에서 지난달 20일부터 한 달 가까이 대규모 반(反)푸틴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모스크바 선거 당국이 다음 달 시의회 선거를 앞두고 유력 야권 인사들의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현재 러시아에서는 매 주말 분노한 시민들의 공정선거 촉구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 시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이곳에 손님으로 왔고, 그런 주제를 얘기하는 것은 거북하다”고 운을 뗀 뒤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를 언급하며 반격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노란 조끼 연속 시위 와중에 프랑스에서 11명이 사망하고 2500명이 다쳤다”며 “러시아의 수도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비꼬았다.

노란 조끼 시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늦봄까지 주말마다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진 연속 집회다. 당초 유류세 인상을 계기로 촉발됐으나 점차 마크롱정부 자체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와 불만이 쏟아지면서 마크롱 대통령을 집권 후 최대 위기로 몰아넣었다. 양국 정상이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긴 했지만 우크라이나 문제 등 일부 현안에 대해서는 의견 접근을 봤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각종 제재를 부과했다. 러시아는 G8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의 중재역을 자처해온 마르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난 5년간 지속돼온 분쟁을 종식할 실질적인 기회가 생겼다”며 분쟁 종식을 논의하는 우크라이나·러시아·독일·프랑스의 4자 회동을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도 “새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내가 논의한 내용을 마크롱 대통령과 얘기하겠다. 우리는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