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대전 유성구 한밭대학교에서 열린 ‘제11회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건 리그 오브 레전드(LoL) 결승전이었다.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한 울산은 참가자 전원이 국내 프로게임단 킹존 드래곤X의 아카데미(프로게이머 양성소) 소속이다. 이곳의 미드라이너 장민수(18·사진)도 프로게이머 데뷔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울산의 대회 우승을 이끈 장민수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프로게이머 지망생 중 게임 경력이 가장 짧다. 그는 원래 부모님의 뒤를 이어 수의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프로게이머라 하면 으레 공부와 담을 쌓았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장민수의 취미는 수학 공부였다고 한다.
지난해 수능에서 희망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뒤 장민수의 인생 로드맵은 완전히 바뀌었다. 재수를 결심한 그는 해가 바뀌기 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켰다. 그런데 순식간에 다른 연습생들을 뛰어넘는 실력자가 됐다. 숨겨진 재능을 찾은 것이다. 그는 진로를 다시 설계하기로 마음먹었다.
결국 그는 재수학원이 아닌 명문 프로게임단의 입단 테스트를 선택했다. 18일 대전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장민수는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 도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내 프로게임단 젠지의 아카데미팀이 장민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몇 달 후 젠지에서 나온 그는 최근 킹존 아카데미팀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장민수는 “게임을 가장 주도적으로 이끄는 포지션”이라는 이유로 미드라이너 포지션을 선택했다. 롤 모델은 중국에서 활동 중인 ‘도인비’ 김태상과 역대 최고의 프로게이머로 꼽히는 ‘페이커’ 이상혁이다. 그는 “김태상의 넓은 챔피언 폭과 이상혁의 프로페셔널한 자세를 배우고 싶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장민수의 목표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이다. 장민수는 “이번 대회에서는 제가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평소에 저는 주관이 뚜렷해 팀원들을 많이 고생시킨다. 팀원과 코치들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올 수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곧 국내 e스포츠 팬들과 마주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