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상장기업들이 ‘순이익 절벽’에 맞닥뜨렸다. 1년 새 순이익이 43%나 줄어드는 등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장기화하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에 내수 부진이 겹친 탓이다. 여기에다 일본의 경제보복, 홍콩 사태 등이 불거지면서 실적 전망도 ‘먹구름’만 가득하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574곳(금융업·분할합병 기업 등 68곳 제외)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순이익이 37조49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9일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42.95% 줄었다. 상장사들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상반기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영업이익은 55조5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09% 감소했다. 매출액은 988조24억원으로 0.83% 늘었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률은 5.57%였다. 1000원어치 물건을 팔면 55.7원을 남긴 셈인데, 지난해 상반기보다 3.36% 포인트 줄었다. 2012년(5.55%)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코스피 상장사 매출액의 10.98%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했을 경우 영업이익률(4.80%)은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 기업들의 수익성이 그만큼 나빠졌다는 것이다.
상반기 중에서도 2분기 실적 하락세는 더 가팔랐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27조17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43% 줄었고, 순이익은 16조5809억원으로 47.57%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순이익 추락 요인으로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출 부진을 지목했다. 그 한가운데에 반도체가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55.63%, 88.56% 급감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 기업 실적 부진의 직접적 배경은 반도체 등의 수출 부진”이라며 “부동산 경기 부진에다 민간소비가 미미하게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기업이 좋은 실적을 내기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코스닥 상장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거래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코스닥 12월 결산법인 909곳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89조5442억원이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9.06% 늘었고, 영업이익도 4조7731억원으로 5.43% 증가했다. 반면 순이익은 3조1791억원으로 12.18% 줄었다.
주요 상장사들의 3분기 실적 전망 또한 밝지 않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6일 현재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연결기준) 추정치가 있는 상장사 224곳 가운데 61.2%(137곳)가 일본의 핵심소재 3종 수출규제 방침 발표 직전인 6월 말보다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악화했다. 이 가운데 131곳은 영업이익 전망치가 줄었고 3곳은 적자 전환, 3곳은 적자 확대가 각각 예상됐다.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감소 폭이 가장 큰 상장사는 SK하이닉스였다. 3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최근 전망치는 4327억원으로 6월 말 전망치(9104억원)보다 52.5%나 줄었다. 삼성전자는 6월 말 7조5103억원에서 최근 6조9395억원으로 7.6% 감소했다. LG전자는 같은 기간 7451억원에서 5900억원으로 20.8% 줄었다.
현대차는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6월 말 9496억원에서 최근 9857억원으로 3.8% 늘었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4131억원에서 4488억원으로 8.7% 증가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