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19일 야당이 쏟아내는 각종 의혹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 모두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대응이 주목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누구보다 ‘공정’ ‘정의’ 등의 가치를 강조해온 조 후보자였기에, 스스로 높여 놓은 기준이 도리어 그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 후보자의 저서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는 2009~2010년 이명박정부 시절 그가 언론에 발표한 글을 다듬어 펴낸 책이다. 조 후보자는 그중 ‘위장, 투기, 스폰서의 달인들’에서 2010년 김태호 국무총리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보며 느낀 점을 꼼꼼히 적어놨다. 신 후보자의 위장전입, 이 후보자의 쪽방촌 투기, 김 후보자의 스폰서 논란을 하나씩 짚으며 이명박정부의 ‘공정한 사회’ 기조를 비판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이 휴가 때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은 사실을 거론하며 이렇게 반박한다.
“샌델은 정의로운 사회란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직시하고, 시민의 미덕을 키우는 사회이며, 불평등의 심화를 해소하고자 노력하는 사회라고 말했다. 이 기준에서 볼 때 이번 청문회에 선 후보자들은 시장의 논리에 맹종하면서, 시민의 미덕을 추락시키고, 불평등의 심화를 부추기는 행동을 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국무위원이 된다는 것은 ‘정의’에 반한다. 이들이 국무위원이 된다면 시민들은 ‘자기 속의 김태호’, ‘자기 속의 신재민’을 억누르기는커녕 키우게 될 것이다.”
조 후보자는 당시 언론인 출신의 신 후보자를 향해선 “한때나마 간쟁을 담당하는 사간 또는 정언을 자처했다면 (위장전입 등의) 논란이 시작될 때 깨끗이 자진사퇴했어야 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2010년 쓴 ‘생활보수파가 된 것을 반성합니다’라는 글에서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매가리마저 풀려, 스스로 통치의 논리와 자본의 논리에 투항하고 말았다. ‘먹고사니즘’이라는 ‘경제적 안정을 삶의 최고 가치로 치는 한국 특유의 보수주의’에 빠졌다”고 한국사회를 진단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왼쪽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 새로운 꿈을 꾸자”며 “먹고사니즘과 배금주의를 넘어 새로운 자유·평등·인권·복지·평화의 체제를 꿈꾸자”고 독려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청문회 자료를 통해 조 후보자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경매로 서울 송파구 아파트를 시세보다 35%나 싸게 사들인 사실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조 후보자가 이 아파트를 2003년 매도한 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를 산 것이나, 주식 투자, 정무수석 임명 직후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 등은 상당한 수준의 재테크 실력이라고 평가한다.
또 조 후보자는 진보의 가치가 깊이 체화되는 삶을 강조하며 ‘겉만 빨간 사과가 아니라 속까지 빨간 토마토가 되자’는 글도 적었다. 이 글에서 그는 “외고가 대입 명문고가 아니라 원래 취지인 외국어 특성화 학교로 돌아가도록 만들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 야당에선 조 후보자의 딸이 외고 졸업 뒤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수상한 장학금까지 받은 사실을 문제 삼고 있다.
조 후보자와 여당은 이런 각종 의혹에 대해 “모든 과정이 적법하고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 후보자에게 우호적인 인사들 사이에서조차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이 있는데, 범법은 아니라고 하는 것으론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