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불황에… 금융위기때도 버틴 교육비마저 줄인다

입력 2019-08-20 04:03

지난달 교육비 지출전망 수준이 외환위기 이후 21년여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11년 전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더라도 낮다. 가계지출의 최후 보루로 여기는 교육비마저 줄이려 한다는 건 가계에서 경기 상황을 매우 팍팍하게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

1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교육비 지출전망 CSI는 전달보다 1 낮아진 100으로 1998년 4분기(99) 이후 가장 낮았다. 매년 7월을 기준으로 볼 때 교육비 지출전망은 2016년부터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출전망 CSI는 소비자가 6개월 뒤 해당 항목에 돈을 쓸 생각이 얼마나 있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100보다 크면 “지출을 늘리겠다”는 사람이, 100보다 작으면 “줄이겠다”는 사람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100을 넘더라도 수치가 전보다 낮아지면 돈을 쓰려는 사람이 줄었다는 뜻이다.

교육비는 생활에 꼭 필요한 교통·통신비와 함께 지출전망이 늘 100을 웃돌던 항목이다. 외식비, 여행비, 교양·오락·문화·생활비는 100을 넘긴 적이 거의 없고, 의류비는 시기에 따라 100을 가운데 두고 수시로 출렁였다.

교육비 지출전망이 100을 밑돈 시기는 외환위기로 한국 경제가 크게 흔들린 98년이 유일하다. 97년 4분기 118이었던 이 수치는 이듬해 1분기 96, 2분기 92, 3분기 91로 계속 내려가다 4분기(99)부터 회복세를 보였다. 바로 다음인 99년 1분기에는 111로 뛰어올랐다.

지난달 교육비 지출전망은 금융위기 충격이 가장 컸던 2008년 말~2009년 초보다도 낮다. 당시 저점은 103(2008년 12월)이었다. 2009년 6월 110으로 올라선 뒤에는 2012년 말까지 크게 떨어진 적이 없다.

교육에 거는 기대가 큰 한국에서 교육비는 불황기에도 다른 것부터 줄인 뒤 가장 마지막에 줄이는 지출 항목 중 하나다. 이런 지출을 줄이려 한다는 건 가계경제 여건이 그만큼 나빠졌다는 얘기다. 지난달 향후경기전망 CSI는 70으로 2017년 2월(70) 이후 최저, 가계수입전망 CSI는 96으로 2009년 4월(92) 이후 최저였다. 경기가 상당히 나빠질 것으로 판단하면서 소득은 좀처럼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향후경기전망 수치는 2018년 5월 101에서 6월 96으로 내려선 뒤 거의 70~80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이 수치가 지난달과 같았던 2017년 2월에도 교육비 지출전망은 109로 그해 중 가장 높았다.

교육비를 줄인다는 건 다른 항목을 이미 줄일 만큼 줄여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 쓸 수 없는 돈인 교통·통신비의 지난달 지출전망은 107로 2009년 4월(107) 이후 10년3개월 만에 최저였다. 2003년 3분기부터 조사를 시작한 이후 수치가 가장 낮았던 시기는 2009년 3월(100)이다.

지난달 다른 항목 지출전망은 의류비 94, 여행비 92, 외식비 91, 교양·오락·문화생활비 90이었다. 의류비 지출전망은 2009년 4월(91) 이후 가장 낮았다. 휴가철 등 시기별로 편차가 있을 수 있는 여행비 지출전망은 7월을 기준으로 할 때 2013년(88) 이후 최저였다. CSI 조사를 포함해 통계청이 95년 3분기부터 2008년 2분기까지 분기 단위로 실시한 소비자전망조사는 2008년 7월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에 합쳐졌다. 소비자동향조사는 매달 이뤄진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