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소 대가리’ 북 비난에도… 문 대통령 ‘평화경제’ 강조

입력 2019-08-20 04:05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해 “대화에 도움이 되는 일은 더해가고 방해가 되는 일은 줄여가는 상호 간의 노력까지 함께해야 대화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서영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평화경제는 우리 미래의 핵심적 도전이자 기회”라며 “70년 넘는 대결과 불신의 역사를 청산하고 한반도의 운명을 바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광복절 경축사 이후 나흘 만에 다시 평화경제를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남·북·미 상황과 관련해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나가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이 연이어 문 대통령을 향해 ‘삶은 소 대가리’ 등의 극언을 퍼붓는 것에 대해 우회적으로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평화경제를 재차 강조하면서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체제를 해체하고 평화와 번영의 새 질서를 만드는 세계사의 과업이자 한반도의 사활이 걸린 과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경제와 관련해 “남북 간 의지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협력이 더해져야 하기 때문에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평화롭고 강한 나라가 되려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북 간의 경제 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한 이후 광복절 경축사에 이어 이날 다시 평화경제를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간에 실무협상이 이뤄지게 된다면 지난 하노이 회담 이후로 돌지 않았던 대화 트랙이 다시 돌게 돼 한반도에 중요한 시기”라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문 대통령이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입장에서 지금 상황의 중요성, 그리고 막중한 책무 등에 대해 의미부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 국면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 역지사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미 간의 대화가 시작됐고 진도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대화 국면은 그냥 온 것이 아니다”며 “언제 터질지 알 수 없이 고조됐던 긴장에 대한 우려와 때맞춰 열리게 된 평창 동계올림픽의 절묘한 활용, 남·북·미 지도자들의 의지와 결단이 더해서 기적처럼 어렵게 만들어낸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미를 비롯한 관련 국가들과 우리 모두는 지금의 이 기회를 천금같이 소중하게 여기고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며 “서로 상대방 입장을 헤아리고 역지사지하는 지혜와 진정성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호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A 4대가 22일 충북 청주 공군기지에 도착할 예정이어서 북한의 추가 반발도 예상된다. F-35A는 최대 속력 마하 1.8(음속의 1.8배)로, 합동직격탄(JDAM)과 소구경 정밀유도폭탄(SDB), 공대공미사일 등을 탑재할 수 있다. F-35A는 유사시 북한의 방공망을 뚫고 북한 수뇌부 제거나 핵 기지, 이동식발사대(TEL) 등 주요 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전력이다.

앞서 북한은 우리 군의 F-35A 도입에 대해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다는 취지로 비난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7월 11일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일명 ‘보이지 않는 살인무기’라고도 불리는 F-35A 납입이 지역에서 주변 나라들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보장하며 특히 조선반도 유사시 북침의 대문을 열기 위한 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임성수 김경택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