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본토의 무력진압 우려 속에 170만명의 ‘비폭력 시위’를 이뤄낸 홍콩 시위 지도부는 앞으로도 계속 비폭력 시위를 이어가기로 했다. 중국은 홍콩 대신에 광둥성 선전을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우회적인 압박 전략을 꺼내들었다.
홍콩 도심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민간인권전선은 오는 31일 홍콩 도심에서 다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31일은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년째 되는 날이다. 중국과 영국은 당초 반환협정에서 2017년 행정장관 선출 시 직선제로 한다는 데 합의했으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2014년 8월 31일 이 합의를 뒤집고 간접선거를 결정했다. 이후 홍콩에선 9월 28일부터 79일간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민주화 시위가 진행됐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이번 시위는 보편적 참정권을 요구하는 정치적 성격이 강해질 수 있어 충돌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비폭력 평화시위가 계속 이어지면 중국으로선 무력진압 구실이 없어 사태를 관망하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매체들이 이날 홍콩 건너편 광둥성 선전을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중국 정부의 계획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도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선전을 ‘중국 특색사회주의 선행시범구’로 건설하기로 했다. 선전을 2025년까지 경제적·질적 발전에서 세계 선두권 도시로 만들고, 2050년쯤 경쟁력·혁신·영향력에서 글로벌 선도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의 선전 본사 설립 등을 적극 장려하고 해외와 홍콩의 인재를 끌어들이는 조치도 마련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선전과 광저우 등 광둥성 여러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통합 경제권으로 묶는 대만구(大灣區·Great Bay Area) 청사진을 공개했는데,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홍콩의 위상이 흔들릴 것이라고 글로벌타임스는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선전에 홍콩의 일부 역할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홍콩 시위와 관련, “그들이 폭력을 행사해 (홍콩이) 또 다른 천안문광장이 된다면 대처하기 매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폭력이 있다면 (무역 합의를) 하기에 아주 어려을 것”이라고 중국을 거듭 압박했다. 그는 “중국은 우리보다 훨씬 더 합의를 필요로 한다”며 “이것(홍콩 사태)이 합의의 일부가 아니라면 어떤 일이 이미 오래전에 일어났을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