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새벽 전북 전주시 서노송동의 한 여인숙에서 불이 나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유지하던 노인 등 3명이 숨졌다.
전북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쯤 이 여인숙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났다. 불은 전체 건물 76㎡를 모두 태운 채 2시간 만에 진화됐지만, 각자 방에서 잠자던 70, 80대 여성 2명과 남성 1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가운데 A씨(83·여)는 관리인이고, B씨(76)와 80대로 추정되는 여성은 폐지와 고철 등을 주우며 ‘달방’(한 달씩 월세를 내며 투숙하는 방) 생활을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 주민은 “여인숙 앞에 항상 폐지나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며 “(투숙하던 노인들이) 매일 새벽에 일어나 폐지를 주우러 다녔다”고 전했다.
참변이 발생한 여인숙은 방 11개로 구성된 이른바 ‘쪽방 여인숙’이다. 1972년에 사용 승인된 ‘목조-슬라브’ 구조로, 지은 지 48년이 돼 매우 낡은 건물이었다. 방 한 개당 면적은 6.6㎡(2평)에 불과해 그야말로 잠만 자는 쪽방이었다. 객실 출입문은 나무로 돼 있고 내부는 이불을 깔고 자는 방으로만 돼 있다. 창문이 없는 방도 있었다.
한 목격자는 “새벽에 자는데 펑 하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가스통이 폭발한 줄 알고 나와 보니 골목에 있는 여인숙이 불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여인숙에는 장기투숙객 10명이 등록돼 있으나 불이 났을 당시 이곳에는 3명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다 쓴 부탄가스 더미가 폭발하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여인숙에 설치된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한밤중이라 무용지물이었다.
소방 관계자는 “새벽에 갑자기 불이 난데다 건물이 낡아 노인들이 대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나머지 1명에 대한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불이 난 시간대의 주변 CCTV를 확인한 결과 여인숙을 오고 간 인물이 없는 점으로 미뤄 방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목격자 등을 상대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또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추가 매몰자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굴착기와 인명구조견 등을 동원해 현장을 수색하고 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