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단체 연합집회에서 어린이들을 무대에 올려 정치색 짙은 동요 개사곡을 부르도록 한 사실이 밝혀져 비난을 사고 있다. 진보 매체인 ‘주권방송’이 지난 16일 유튜브에 올린 ‘자유한국당 해체 동요-만화 주제가 메들리’란 동영상을 보면 초중생으로 보이는 20명가량이 무대에 서 ‘달려라 하니’ ‘아기공룡 둘리’ 같은 유명 애니메이션 주제곡과 동요를 개사한 노래를 율동과 함께 불렀다.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자한당은 토착왜구” “일본 손잡고 미국 섬기는 매국노 자한당” 등 보수정당을 친일파로 몰아 배척하자거나 내년 총선을 겨냥한 내용이 가사에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다. 청소년들은 또 “반일을 이용하지 마, 황교안! 일본에 뭐라 하지 마, 나경원!”처럼 야당 정치인을 실명으로 비난한 가사도 불러 과격한 정당 집회를 무색케 했다.
영상이 공개되자 인터넷에서는 “이제 초등학생까지 정치 집회에 동원하느냐” “여기가 북조선인가” “애들이 무슨 죄냐” “아동학대로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비난 댓글이 쇄도했다. 이에 ‘주권방송’은 댓글을 달 수 없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선 무대는 ‘민중공동행동’이 지난 14일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한 ‘2019 자주통일대회’라는 집회로, 해산된 옛 통합진보당 출신이 주축인 민중당 외에 민주노총 등 52개 진보단체들이 개최했다. 영상 자막에 어린이들은 ‘국민주권연대 청소년 통일선봉대’로 소개됐다. 국민주권연대는 과거 사드 철회 운동과 김정은 답방 기원 행사에도 청소년을 참가시켰다고 한다.
아이들이 무대에 선 경위는 불분명하지만 요즘 북한 언론에서도 뜸해진 부자연스런 체제교육 현장을 연상시킨다. 어린아이들을 정치 선전도구로 활용하는 일은 보수든 진보든 비난받아 마땅하다. 무슨 자랑거리처럼 대놓고 선전할 일도 아니다. 역사인식이나 사회의식이 성장단계에 있는 어린아이들에게 특정 정치이념을 주입하거나 감성적으로만 반응하게 가르치는 행위는 금기다. 아이들 개개는 물론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피해야 한다. 비판적 사고와 분열적 사고는 엄연히 구별돼야 한다. 미래세대에게 이해와 관용, 포용보다 편가르기와 증오, 배척의 인성부터 키우는 게 올바른 것인지 주최 측과 부모들에게 묻고 싶다.
[사설] 어린이들을 정치 선전도구로 활용한 진보단체
입력 2019-08-20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