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20대 청년이 놀이공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다리를 잃었다. 전주에서 여인숙에 불이 나 폐지를 주워가며 생활하던 노인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참사의 충격보다 먼저 찾아왔다. 두 사건 모두 불과 1~2년 전에 거의 똑같은 형태로 우리가 이미 겪은 일이었다. 그 때문에 법률을 새로 만들었고 규정을 정비한 터였다. 기왕 벌어진 일을 주워 담을 순 없으니 재발만은 막자면서 한국 사회의 안전 시스템에 여러 가지 변화를 줬다. 이런 시도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황망한 참사가 그때 그 일을 베낀 것처럼 되풀이됐다. 본질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정말 안전해질 수 없는 것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다녀온 스물두 살 젊은이는 놀이공원에서 5개월째 롤러코스터 작동 업무를 하고 있었다. 정규직도 계약직도 아닌 알바였는데 혼자서 손님을 태우고 안전바를 점검하고 출발시키는 모든 일을 도맡았다. 이곳의 놀이기구는 다 이렇게 돌아갔다고 한다. 매뉴얼을 어긴 운영이었다면 심각한 문제이고, 매뉴얼이 그리 돼 있었다면 더 큰 문제다. 구의역 참사와 김용균씨 사건를 통해 비정규직에 떠넘겨진 위험이 얼마나 참혹한 사태를 부르는지 생생하게 목격했던 사회에서 이 청년은 똑같은 방식으로 다리를 잃었다. 서울 국일고시원에서 불이 나 7명이 목숨을 잃은 지는 열 달밖에 되지 않았다. 창문 없는 고시원에 살던 이들이나 전주 여인숙에 기거하던 이들이나 다 그곳을 집처럼 여긴 영세민이었다. 그런 쪽방 주거환경이 안전에 너무 취약하다 해서 전수조사를 해가며 일일이 점검했지만 비극은 또 여지없이 찾아왔다. 당국은 대체 전수조사를 어떻게 한 것인지, 고시원 참사를 목격한 유사시설 업주들은 경각심을 느끼긴 했던 것인지,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반복되는 안전사고는 불안과 공포를 퍼뜨리고, 사회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며, 공동체의 성장 잠재력을 깎아내린다.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면 그 손실은 배가되기 마련이다. 복잡한 세상에서 모든 위험을 예상해 막아낼 순 없는 노릇이지만, 같은 위험에 두 번 세 번 당하는 일은 정말 없어야 한다. 그것은 인재(人災)라 부르기도 민망한, 그냥 무능한 것이다.
[사설] 비정규직과 쪽방, 같은 위험에 또 당했다
입력 2019-08-20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