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해방군 투입” 유언비어… 홍콩 긴장 속 주말 시위

입력 2019-08-18 21:35
중국의 무력진압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홍콩 시민들이 18일 빅토리아 공원에 모여 송환법에 반대하고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거센 비가 내렸지만 많은 시민들은 다양한 색깔의 우산을 받쳐든 채 집회에 참가했다. 홍콩 경찰은 폭력 시위가 우려된다며 거리 행진을 불허했으나 참석자들이 주변 거리를 메울 정도로 많아 행진 자체를 제지하지는 않았다. 연합뉴스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무장경찰이 홍콩 건너편 선전에 배치돼 무력시위에 들어간 가운데 18일 범죄인인도법(송환법) 철폐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홍콩의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시위 진압에 투입됐다는 유언비어까지 나도는 등 혼란스러운 분위기였지만 시위 주최 측은 ‘비폭력’을 호소하며 충돌을 피하는데 주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오후 2시 빅토리아 공원에서 송환법 반대 및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은 평화, 이성, 비폭력을 뜻하는 ‘화리비(和理非) 집회’를 강조했다. 반중국 성향의 빈과일보 창립자 지미 라이는 “우리는 시민들의 마음을 잃을 수 있다”며 비폭력 시위를 호소했다.

민간인권전선은 “오늘 집회 참여자가 100만명을 넘을 수 있지만, 빅토리아 공원은 10만명 정도만 수용할 수 있다”며 시민들에게 집회장에 15분만 머무르다 물 흐르듯 빠져나가는 ‘유수(流水)식 집회’를 제안했다.

시위 참여 일부 시민들은 집회장 주변에 교통혼잡이 빚어지자 교통정리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고, 타임스퀘어 쇼핑센터에서 쉬던 시위대가 제과점 진열대를 청소해주기도 했다. 집회 후 일부 시위대는 완차이 경찰본부로 몰려가 건물에 레이저빔을 쏘고, 경찰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쳤으나 물리적 폭력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물대포가 장착된 폭동진압용 차량 2대를 배치했다고 밝혔지만 시위대가 거리행진에 나선 이후에도 큰 충돌은 없었다.

앞서 전날에는 차터가든 공원에서 2만2000여명의 교사가 집회를 열었고, 카오룽반도 훙함 지역에서도 수천명이 참가한 집회가 있었으나 경찰과 큰 충돌 없이 해산했다. 현지 언론은 “최루탄 없는 토요일 밤이 지나가 홍콩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보도했다.

한편 지난 16일 중국 본토에서 흰색 옷을 입은 남자 100명가량이 3개 검문소를 통해 선전에서 홍콩 시내로 진입했다고 SCMP가 전했다. 20~40세 사이로 보이는 10~20명의 남자들로 구성돼 있었고, 손목에 같은 색깔의 고무밴드를 착용하고 있어 ‘백색 테러’와 관련된 사람들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온라인에서는 중국 무장경찰이 이미 홍콩 경찰에 합류해 강경 진압에 나서고 있으며,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번호판 차량이 시위 현장에서 목격됐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소문은 대부분 가짜뉴스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빈과일보 창립자 지미 라이와 야당 의원들이 해외로 도피했다는 소문도 돌았으나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