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부 규탄한다. 촛불의 힘으로 새 역사를 쓰자.”
광복절 74주년을 맞은 15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일본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궂은 날씨에도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등에선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아베 정권에 과거사를 인정하고 경제보복을 멈출 것을 촉구하는 10만여명(주최 측 추산)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제5차 ‘아베 규탄 범국민 촛불 문화제’가 열린 광화문광장은 아베 정권을 비판하는 시민들의 촛불로 환히 빛났다. 문화제를 주최한 아베규탄 시민행동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며 “아베 타도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이날 밤늦게까지 광화문 북측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NO 아베’ 손팻말을 들고 “경제침략·평화위협 규탄한다” “강제징용 사죄하라”고 외쳤다.
이날 집회는 ‘반일(反日)’보다 ‘아베 반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 시민단체는 ‘선량한 일본 시민, 불의한 아베 정권’ ‘군국주의 전범국가 원치 않는 일본 시민’과 같은 피켓을 들고 아베 신조 총리 비판에 주력했다. 친구들과 촛불집회에 처음 온 박찬규(17)군은 “역사를 왜곡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는 아베 총리가 싫어 참가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서울광장에서 ‘일제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를 열었다. 공동행동은 “일본 정부와 법원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부당하게 배상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끔찍한 역사를 청산하지 않겠다는 야만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인 이춘식(95) 할아버지와 양금덕(90) 할머니가 무대에 오르자 시민들은 입을 모아 “우리가 역사의 증인이다. 피해자들과 손잡고 끝까지 싸우자”고 했다. 일본 가마이시제철소에 동원됐던 이 할아버지는 목이 멘 채 “할 말은 많으나 목이 메 여기서 말을 다 못 드린다.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미쓰비시중공업에 동원된 양 할머니는 “아베 총리에게 사과 한마디 듣고 싶다”고 했다.
일본 강제동원 공동행동의 야노 히데키 사무국장은 “30여년 넘게 포기하지 않고 싸운 피해자들과 연대하겠다”고 다짐했다. 오사카에서 온 소노 료타(38)씨는 일본어로 ‘아베 하야’라고 적힌 붉은 플래카드를 들고 집회에 함께했다.
오다가와 요시카스 일본 전국노동조합총연합 의장은 “아베 정권은 과거 침략전쟁과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노조원 1만여명은 “아베는 사죄하라, 투쟁!”을 외치며 행진했다.
방극렬 박구인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