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인공지능(AI) 스피커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말로 음악을 재생하거나 날씨를 알아보는 정도가 용도의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기술이 발달하면서 AI 스피커도 진화하고 있다. 생활 영역에 더 깊이 침투하는 것은 물론, 전문성이 필요한 의료나 돌봄 영역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행복한 에코폰, 전국 사회경제연대 지방정부협의회와 함께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시범사업에 나섰다. 이들은 두 달간 1150명의 독거 노인들을 대상으로 AI 스피커 사용 패턴을 분석했다.
이들은 특히 독거 노인에게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AI 스피커가 구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독거 노인들이 스피커를 부르는 명령어와 함께 “살려줘!” “긴급 SOS” 등을 외칠 경우 이를 위급상황으로 인지하고 ICT케어센터와 ADT캡스에 자동으로 알린다. 만약 센터에서 실제 위급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즉시 119에 연계하는 프로세스다.
SK텔레콤은 앞으로 보라매병원 등 의료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인지 강화 훈련 등 치매 예방 프로그램도 AI 스피커를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IT 공룡인 카카오 역시 일상과 밀접하게 자리 잡은 ‘카카오 생태계’를 기반으로 AI 스피커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 계정만 있다면 카카오톡과 멜론 등 다양한 카카오 서비스가 스피커와 연결된다. 손을 대지 않고도 카카오톡 새 메시지를 들을 수 있고, 답장을 보낼 수도 있다.
스피커를 통해 택시호출과 배달음식 주문도 가능하다. 카카오의 기존 서비스인 카카오T(택시), 카카오톡 주문하기와의 연동으로 별도 서비스 가입 절차 없이 편리한 이용이 가능하다.
육아의 영역에도 AI 스피커가 침투하고 있다. KT는 지난 5월 ‘내 목소리 동화’ 서비스를 선보였다. 한 번만 녹음을 통해 동화책을 부모의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다. AI 동화 서비스인 ‘소리동화’를 이용하면 동화책 문장을 읽을 때 스피커가 적절한 배경 음향과 등장인물의 대사 등을 들려준다. 대교, 아람 등 6개 출판사와 손잡고 3000권 이상의 오디오북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내놨다.
지금의 AI 스피커는 거실에 위치해 가족 공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래에는 화자인식·얼굴인식 등 기술 발전으로 특정 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란 관측이다. 아이언맨의 AI 비서 ‘자비스’처럼 말이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