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매파’로 불리는 존 볼턴(사진)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은 여전히 (북한 비핵화 협상 관련) ‘빅딜’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이전의 북한 지도자들은 적당한 경제적 보상을 챙겨 권력을 안정시킨 뒤에는 핵 폐기 약속을 저버리는 양상을 보여왔다”며 “북한이 또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실무협상이 조속히 재개되길 바란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에 따르면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이후 실무 차원에서는 북·미 간 어떠한 실질적인 협상도 열리지 않았다. 그는 “(실무협상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문제는 북한이 핵무기와 그 운반 시스템을 포기하겠다는 명확한 전략적 결정을 내릴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 정부는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이라고 불렀던 것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의 완전한 포기 요구였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넘긴 ‘빅딜 문서’에는 북한의 핵무기와 핵 연료를 미국에 넘기는 요구까지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은 ‘선(先) 핵 포기, 후(後) 보상’ 원칙을 거듭 강조하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전략적 결정을 내리고, 이행한 뒤에야 모든 종류의 일들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충분하고 명확한 핵 검증을 원한다. 이 모든 것은 여전히 북측과 협상해야 할 문제들”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행위”라며 우려를 표했다. 볼턴 보좌관은 “우리가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으로 부르는 미사일 사거리는 아마도 한국 전역과 일본 일부를 타격할 수 있고, 한국과 일본에 배치된 미군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북한은 한반도를 주시하는 모든 이들을 불편하게 한다”면서도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을 위반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어긴 게 아니니 큰 문제가 아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보조를 맞추되 원칙론을 동시에 드러내 동맹국의 우려를 잠재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