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戰後)세대 일왕의 첫 종전기념 추도발언에는 “깊은 반성 위에 서서”라는 표현이 담겼다. 전쟁세대였던 부친의 “깊은 반성과 함께”라는 표현과는 미묘하게 달랐다.
1960년생 전후세대인 나루히토 일왕은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종전(패전)일인 15일 과거 행적에 ‘깊은 반성’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종전 후 74년간 여러 사람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평화와 번영이 구축됐다”며 “전쟁 후 오랫동안 평화로운 세월을 회상하고 과거사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 위에 서서’ 다시 전쟁의 참화가 일어나지 않길 간곡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추도식은 나루히토 일왕이 지난 5월 즉위한 뒤 처음 열린 일본 정부 주최 종전기념행사다. NHK방송은 아키히토 전 일왕의 ‘깊은 반성과 함께’라는 표현이 나루히토 일왕으로 넘어가면서 ‘깊은 반성 위에 서서’로 바뀐 부분을 언급하며 “표현이 바뀌었지만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은 거의 답습해 평화의 뜻을 계승했다”고 보도했다. 논픽션 작가 호사카 마사야스는 이에 대해 “중요한 차이”라며 “전 일왕의 발언이 같은 시대를 걸으면서 전쟁을 받아들이고 온 입장에서 나온 것이라면, 새 일왕은 전쟁을 역사적 시각으로 인식하고 ‘깊은 반성’을 다음 시대로 이어가겠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새 일왕의 ‘깊은 반성’과 달리 아베 신조 총리는 반성이나 가해국의 책임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기념사에서 “이전 (2차 세계) 대전에서 300만여명의 동포가 목숨을 잃었다”고 일본이 피해자라는 점만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은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 이후 역대 총리는 기념사에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가해 책임을 언급하며 ‘깊은 반성’이나 ‘애도의 뜻’을 나타냈지만 아베 총리는 제2차 정부 출범 후 7년 연속 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