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이냐, 확전이냐… 文대통령 경축사 한·일 갈등 변곡점

입력 2019-08-15 04:02
지난해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경축사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한·일 갈등이 74주년 광복절을 기점으로 중대 변곡점을 맞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향후 한·일 관계에 대한 정부 기조의 밑그림이 될 가능성이 크다. 24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 결정 시한, 28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안보상 수출 심사 우대국가) 한국 배제 조치 시행 등 주요 고비도 줄줄이 다가온다.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로 나아가는 반전 계기가 될지, 한·일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는 장기전이 될지 갈림길에 섰다.

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정부 행사에서 내놓는 경축사는 한·일 갈등이 정점인 상황에서 나오는 메시지다. 한·일 관계가 1965년 청구권협정 이후 최악이기 때문에 역대 어느 경축사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2일 수석·보좌관회의, 13일 독립유공자·후손 초청 오찬에서 광복절 경축사의 ‘예고편’과 같은 메시지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서는 안 된다”(12일) “정부는 우리 기업과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가며 외교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13일)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에 직격탄을 날린 기존 발언들에 비하면 공세 수위가 낮아졌고 외교적 대화에 방점을 뒀다.

이에 따라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일본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역설해 왔다. 지난 3·1절 10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는 “친일 잔재 청산도, 외교도 미래지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역사를 거울 삼아 진정한 친구가 되자”고 말했고, 취임 첫해인 2017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과거사와 역사 문제가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지속적으로 발목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는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의 정치적 결단인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 등장하는 문구다. 최근 이홍구 전 총리 등 원로들이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정신과 해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문 대통령이 강조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와 일맥상통한다.

일본 정부도 최근 수출 규제를 걸었던 3개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허가하는 등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또 일본 내에서도 아베 신조 총리의 무역 보복 조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대화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광복절 이후에도 지소미아 연장 통보 시한,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시행 등의 외교 일정이 잡혀 있다. 특히 지소미아의 경우 청와대와 여당 내에서 연장과 폐기 여론이 팽팽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를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압박 카드로 쓸 수 있다.

이달 안에 한·일 양국의 대화 의지가 확인될 경우 양국 정상이 마주 앉을 기회는 있다. 외교 채널 간의 물밑 접촉에서 진전이 있다면 10월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담, 11월 칠레에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등에서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10월 22일로 예정된 일왕 즉위식에 한국 정부의 고위 인사가 파견될 경우 특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