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산 일부 제품 ‘10% 추가 관세’ 12월 15일로 연기

입력 2019-08-15 04:01

미국이 다음 달부터 중국산 제품에 부과키로 했던 ‘관세폭탄’을 일부 연기하거나 제외했다. 미·중 무역갈등 심화로 세계경제가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이를 계기로 양국이 화해국면으로 들어설지 주목된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1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9월 1일부터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면서 “일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 부과는 오는 12월 15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또 “특정 품목은 보건·안전·국가안보 등에 기초해 10% 추가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며 관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결렬되자 대(對)중국 관세를 올려왔다. 지난해 6월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 25%를 부과했고, 그해 9월 2000억 달러 제품에 관세 10%를 부과했다. 2000억 달러 제품 관세는 지난 5월 25%로 인상됐다. 오는 9월부터는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에 관세 10%를 추가 부과할 예정이었다.

추가 관세 부과가 연기된 품목은 휴대전화와 노트북, 비디오게임 콘솔, 컴퓨터 모니터, 의류, 신발, 장난감 등이 예시로 언급됐다.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해당 품목 중국산 제품 수입량은 2018년 기준 1560억 달러에 달한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추가 관세 대상으로 지정한 품목의 교역규모 3000억 달러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USTR의 발표는 미·중 고위급 협상단의 접촉 사실이 알려진 뒤 나왔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류허 부총리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관세 부과 연기·제외 조치가 크리스마스 시즌 미국 소비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추가 연기·제외 가능성에 대해 “없다”고 선을 그으며 “(이번 조치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한 것이다.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에) 영향을 받는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한 걸음 물러선 모양새가 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관세 역풍을 인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은 고율관세로 인한 타격은 중국이 모두 떠안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미국 소비자가 받을 타격을 시인한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기업들의 요구를 반영한 조치로 봤다. USTR도 이번 조치가 “공공 의견을 청취한 결과”라고 밝혔다. 미국 기업 600여곳이 조직한 기업연합체는 지난 6월 대중국 추가 관세를 철회하고 무역전쟁을 끝내라는 서한을 백악관에 보냈다. 미 상공회의소도 “미국 경제를 약화시킨다”고 비판했다. 11월 블랙프라이데이와 12월 크리스마스 등 특수 기간에 관세폭탄이 매겨질 경우 경기침체 우려도 있다.

내년 대선을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도너휴 미 상공회의소 회장은 CNBC에 “불황기에는 누구도 대선에 출마하려 하지 않는다”며 “이번 조치는 미국 기업들에 적응 시간을 준 것이라기보단 미·중 무역거래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조치가 국내 사정에 따른 일시적 조치일 뿐 무역협상의 전반적인 틀을 바꾸는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