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다윗이 어렵고 힘든 시기에 기록한 시입니다. 만만치 않은 인생의 위기가 닥쳤을 때 다윗은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이여 나를 지켜 주소서 내가 주께 피하나이다.” 여기에서 ‘나를 지켜 주소서’라는 뜻은 ‘울타리를 치다’라는 의미입니다. 다윗은 하나님께 자신의 울타리가 되어 달라고 기도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위기가 닥치면 좌절하고 낙심합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초조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윗은 그때가 하나님께 기도해야 하는 순간이며, 하나님의 능력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성경에는 다윗과 관련해 ‘여호와께 아뢰어 이르되’라는 문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도했다는 표현입니다. 기도가 다윗을 인생의 위기에서 건져주고, 보호해주는 축복의 통로가 되었던 것입니다.
대학 다닐 때 기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1학년 필수과목으로 합창실기가 있었습니다. 1년 동안 헨델의 메시아 중 ‘할렐루야’를 연습해 11월 음악제에 나가 합창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음악제를 한 주 남겨두고 남자는 양복, 여자는 하얀 블라우스로 의상이 결정됐습니다.
당시 저에겐 양복이 없었고 가난했기에 양복을 얻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음악제에 나가지 않으면 F 학점을 받고 다시 수강해야 하니, 어떻게 해서든 양복을 구해 참석하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저의 기도는 단 한 가지였습니다. “하나님 저에게 양복 한 벌만 주세요.” 얼마나 간절했던지 노래까지 불러가며 기도했습니다.
그렇게 기도하는 중에 친구들은 부모님, 교회 성도들이 양복을 사 주셨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저는 부모님도 안 계셨고, 할머니 밑에서 자랄 때였습니다. 섬기는 교회도 어르신 성도가 대부분인 시골교회였지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저는 누구에게도 양복을 사달라고 할 수 없었고 하나님께만 기도할 뿐이었습니다.
음악제를 하루 앞둔 주일이 되었습니다. 가난한 내 처지가 딱하기도 하고 아무런 응답도 없는 하나님을 향한 섭섭한 마음에 저녁 예배를 마치고 교회가 떠나갈 정도로 불만을 터뜨리며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어려운 것을 요구한 것도 아닌데 그깟 양복 한 벌 못 주십니까? 너무 하십니다. 제발 저에게 양복 한 벌만 주세요.”
이튿날 어깨를 늘어뜨리고 아침을 먹고 있는 제게 할머니께서 봉투 하나를 건넸습니다. “이놈아, 이 돈으로 양복 한 벌 사 입어라.” 저는 할머니에게 한 번도 양복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습니다. 하루하루 벌어 힘겹게 사시는 할머니였습니다. 손자 양복값을 벌기 위해 더 많이 고생하실까 봐 말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할머니가 어떻게 아셨는지 궁금했습니다. “할머니, 양복이 필요한지 어떻게 아셨어요?” “아니 이놈아! 어젯밤에 교회가 떠나갈 정도로 ‘양복 주세요’ 하고 기도하는데 모를 사람이 어디 있냐? 성도들도 다 알았을 거다.” 그리고 저는 그날 아침 할머니께서 주신 양복 한 벌 값과 오전에 교회 집사님께서 주신 양복 한 벌, 그리고 오후에 막내 고모부가 주신 양복 한 벌로 총 세 벌의 양복을 얻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여러 가지 문제로 위기라고 합니다.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하나님, 이 나라를 지켜 주옵소서. 우리를 지켜 주옵소서. 우리가 주께 피하나이다. 하나님만이 우리의 복이 되십니다”라며 기도하는 것입니다.
기도하는 나라는 망하지 않습니다. 기도하는 성도는 반드시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하게 됩니다. 위기의 때일수록 기도로 은혜와 축복을 경험할 때임을 믿고 기도로 승리하는 여러분이 되시길 축원합니다.
양병길 서울 가재울성천교회 목사
◇가재울성천교회는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있습니다. 오직 예수를 외치며 다음세대를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며 사역하고 있습니다.
●이 설교는 장애인을 위해 사회적 기업 ‘샤프에스이’ 소속 지적 장애인 4명이 필자의 원고를 쉽게 고쳐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