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 ‘위안부 기림비’ 세운다

입력 2019-08-12 21:21
서울 남산 옛 조선신궁터에 세워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의 축소 모형.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 공개한 고(故) 김학순(왼쪽) 할머니가 손을 맞잡은 한국과 중국, 필리핀 소녀를 바라보는 모습을 형상화했으며, 흰 여백은 관람객이 소녀들과 손을 잡도록 고안된 부분이다. 서울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이 동상 제막식을 갖는다. 서울시 제공

일제 침탈의 아픔을 간직한 서울 남산 조선신궁터 부근(남산도서관 옆)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과 용기를 기리는 동상이 세워진다. 남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은 정면을 응시하며 손을 맞잡은 160㎝ 키의 세명의 소녀(한국·중국·필리핀)와 1991년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평화로운 시선으로 소녀들을 바라보는 모습을 실물 크기로 표현한 작품이다.

서울시와 서울시 교육청, 정의기억연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오후 3시 중구 회현동 1가 100-266에서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 제막식을 갖고 시민들에게 첫 공개한다고 12일 밝혔다. 기림비 동상은 지난 2017년 미국 대도시 최초로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지며 전 세계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린 샌프란시스코의 교민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제작해 서울시에 기증한 것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샌프란시스코 기림비 건립에 큰 역할을 한 미국 캘리포니아 비영리단체인 ‘김진덕·정경식 재단’이 시에 동상 제작을 제안해 서울시의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 이후 교민들의 자발적 모금으로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기림비 동상제작이 이뤄졌고, 지난 7월 부산항을 거쳐 서울로 왔다.

남산 기림비 동상 작가 역시 샌프란시스코에 설치된 기림비 동상을 만든 미국의 조각가 스티븐 와이트다.

두 기림비 모두 국적과 세대를 넘어선 ‘참여와 소통’ ‘과거와 현재의 연대’를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서울 남산 기림비는 세 명의 소녀상 옆 한켠을 비워 누구나 이들과 손을 맞잡음으로써 완성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설치 장소도 일제의 침탈 역사를 기억하고 시민들이 위안부 피해 문제를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를 살려 조선신궁터 부근으로 정했다.

김재중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