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농협 선거법, 잉크도 마르기 전에 ‘회귀’ 논의하는 정치권

입력 2019-08-12 04:04

10년 만에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이 다시 바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른바 ‘농림 대통령’으로 불리는 농협중앙회장 선출은 2009년 ‘직선제→간선제’ ‘연임제→4년 단임제’로 바뀌었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에서 이를 다시 되돌리는 개편안을 논의하고 있다. 민주적 정당성과 정책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10년 전 선출방식을 변경한 배경에는 ‘선거 과열’에 따른 부패와 비리가 있었다. 이 때문에 ‘과거로의 회귀’는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은 대의원 선거로 뽑는 ‘간선제’다. 약 290명의 대의원이 참여한다. 2009년 이전에는 1180명의 조합장이 참여하는 직선제였다.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꾼 건 선거 과열 때문이었다. 역대 회장 중 비자금 조성,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되는 사람들이 나오자 간선제와 임기 제한을 도입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되돌리는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여야 모두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대의원 약 290명으로 뽑히는 회장은 민주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리다. 연임이 가능해야 정책 일관성이 생긴다는 주장도 뒤따른다.

여야는 개정안에서 이견이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병원 현 농협중앙회장 임기는 내년 초에 끝난다. 김 회장은 2009년 선출방식이 바뀐 이후 임기 제한을 처음으로 적용받았다. 정치권이 임기 전에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김 회장의 연임 도전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씁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9년 선출방식이 바뀐 후 첫 임기 제한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한 채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11일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불미스러운 일들이 많아 2009년 개혁안이 통과된 것인데, 이를 제대로 적용해 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회귀’ 주장이 나오는 건 아쉽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표심(票心)’ 때문에 ‘회귀 법안’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는 “여야 모두 법안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 배경에 ‘총선’도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