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근무하던 곳에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주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직을 권고받은 뒤 불만이 담긴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는 것만으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는 노인 요양복지시설을 운영하는 A씨가 소속 간호사에게 내린 해고 처분이 부당하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11일 밝혔다.
간호사 B씨는 지난해 2월 A씨의 요양원에 대한 불만이 담긴 글을 한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 A씨가 B씨에게 “출산 전·후 휴가와 육아휴직을 주고 대체인력을 사용하는 건 인건비 부담이 있어 2월 말쯤 그만두면 좋겠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A씨는 문제의 글을 본 뒤 자신을 악덕 기업주로 만들었다며 B씨를 해고했다. B씨는 불복했고 지방·중앙노동위원회는 “해고 사유가 존재하지만 과도한 처분”이라고 결정했다. 이에 A씨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B씨의 글 때문에 요양원이 입은 피해가 크다며 “해고는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 글에는 A씨에 대한 비난보다는 자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목적이 더 강했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가 글에서 ‘이기적인 인간들’ 등의 표현을 사용했으나 전체 맥락을 볼 때 출산휴가·육아휴직에 관한 정보와 A씨가 퇴사를 강요할 경우 대처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스로 글을 삭제해 검색이 되지 않고, 댓글에는 요양원에 대한 언급보다 실업급여나 고용노동부 상담을 조언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글을 게시한 전후로 요양원 입소 인원에 변동이 발생한 사정도 없다”고 지적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