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일본선 잘 몰라… 학생들에게 가르쳐야죠”

입력 2019-08-11 21:53
일본 히로시마현 교직원조합 소속 교사들이 10일 대구의 한 식당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들과 교류 행사를 갖고 있다. 전교조 대구지부 제공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대(對)한 수출규제로 전국에 반일 감정이 고조된 가운데도 일본 히로시마의 교사와 학생들이 대구를 찾아 대법원의 신일본제철(미쓰비시) 조선인 강제동원 배상 판결의 의미를 되새겼다.

일본 히로시마현 교직원조합(히로시마교조) 소속 교사와 학생 등 15명이 3박4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고 11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가 밝혔다. 히로시마교조는 19년째 전교조 대구지부와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지난 10일 경북대에서 대법원의 강제동원 개별 손해배상청구권 인정 판결 의미와 일제 강점기 일본이 자행한 사상통제, 황국신민화 과정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또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일본의 식민통치를 참회하는 시간도 가졌다. 2015년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으로 개관한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도 둘러봤다.

이날엔 사할린 영주 귀국자들이 사는 경북 고령 대창양로원도 방문해 이주 당시에 대한 증언을 들었다. 오후에는 경남 합천 원폭피해자복지회관도 방문했다. 12일에는 경북 경산폐코발트광산 민간인 학살 현장을 찾은 뒤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일본 교사들은 “미쓰비시 사건이 강제로 이뤄진 징역이라는 사실이 일본에선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이 사실을 일본 학생들에게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방문을 통해 잘못된 정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지 깨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승훈 히로시마교조 평화교육연구소 사무국장은 “매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행사지만 이번에 한·일 관계가 나빠지면서 일부 교사들이 가족 등 주변사람들에게 한국에 가도 괜찮냐는 소리를 들었다”며 “하지만 교사들은 이럴 때일수록 직접 봐야 한다며 방문단에 참여했고 시민사회의 소통을 통해 나쁜 정치를 교정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전교조 대구지부와 히로시마교조는 2005년과 2012년 한·일 역사교과서 부교재를 공동으로 제작해 양국에서 동시에 발간하고 정기적으로 상대 국가를 방문해왔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