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안보 비용’ 청구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마크 에스퍼 신임 미 국방장관을 접견했다. 청와대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정경두 국방장관 등과의 비공개 회담 등에서 비공식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에스퍼 장관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 호르무즈 해협 경비연합체 참여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미국의 안보 비용 청구에 답을 줘야 하는 현실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를 방문한 에스퍼 장관에게 “한·미동맹이 공고해지고 있는 만큼 북·미 비핵화 협상이 반드시 성공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은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에 공감대를 이뤘으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대한 언급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에스퍼 장관은 청와대를 방문하기 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연이어 만났다. 그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 모두발언에서 “한·미동맹은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linch pin)”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한·일 관계와 한·미·일 안보협력에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다”며 미국의 중재를 우회적으로 주문했다.
양측은 공동언론보도문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양국의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고 재확인한 뒤 전시작전권 전환 추진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한반도 주변 안정 유지를 위해 소통·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에스퍼 장관과 강 장관의 면담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에스퍼 장관 방한에 맞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기정사실화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더 기여하기를 원한다는 점을 명백하게 말해왔으며, 대통령의 입장에는 모호함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