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포치(破七)’가 지난 5일 발생한 데 이어 중국 정부가 고시하는 기준환율도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섰다.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갈등 장기화에 맞서 위안화 약세를 공식 용인하며 반격카드로 환율을 꺼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데 이어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과 미국 정부 간 거래 금지를 시행키로 하는 등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8일 기준 환율을 7.0039위안으로 고시했다. 기준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5월 이후 11년 만이다.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5일부터 8일까지 4일 연속 달러당 7위안 이상을 나타냈다.
위안화 약세는 기본적으로 미·중 무역갈등 심화와 중국 경기 둔화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지만 중국 정부가 포치를 적극 방어하지 않고 위안화 약세를 용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안화 약세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는 만큼 중국 정부가 계속 이를 용인하기보다는 적정 수준에서 관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 수출기업들에는 미·중 무역갈등의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자칫 대규모 자본유출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연일 최고조로 높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예산관리국은 7일(현지시간) 화웨이 등 5개 중국 기업들과 연방 정부기관들의 거래를 금지하는 규정을 오는 13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이는 지난해 8월 미 의회가 의결한 국방수권법(NDAA)에 따른 것이다.
국방수권법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ZTE, 감시 카메라 제조업체 하이크비전, 다화, 하이테라까지 5개 중국업체의 장비 구입에 연방 재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자코브 우드 백악관 예산관리국 대변인은 “미 정부는 해외 적대국으로부터 우리나라를 방어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화웨이 장비를 포함한 중국 통신 및 감시 장비 금지를 철저하게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또 내년 8월부터 화웨이 등 거래금지 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기업은 연방정부기관과 거래를 금지하는 별도 규정도 시행할 계획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부처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이 중국의 특정 기업들을 불공평하게 대우하고, 힘을 남용해 이들 기업에 먹칠을 하는 일에 강력한 불만을 표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