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8일 국회로 취임 인사를 하러 온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 인사가) 한쪽으로 편향된 인사가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며 날을 세웠다. 윤 총장은 “지적해주신 말씀은 저희가 검찰 업무를 처리하는 데 잘 반영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황 대표는 윤 총장에게 “검찰은 준사법기관으로서 법원과 경찰을 잘 견제해 국민의 인권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균형 인사가 필요하다”며 “중요한 보직을 특정 영역 검사들이 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역량있는 검사들이 검찰을 많이 떠난다고 해서 안타깝다”며 “총장이 이런 부분을 잘 관리해서 조직을 흔들리지 않게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두 사람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때 각각 법무부 장관과 수사팀장으로 있으면서 사건처리 방향과 방식을 놓고 공개적으로 충돌한 악연이 있다.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 내 공안 라인과 특수 라인 간의 기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황 대표는 “우리 당에서 문제를 제기해 고소·고발한 사건이 70여건이 된다고 한다. 그중 극히 일부만 처리됐고 나머지는 사실상 유야무야됐다는 얘기를 들어서 공정한 수사가 된 것인지 우려가 적지 않다”고 했다. 윤 총장은 “지금은 공당의 대표지만 검찰의 대선배인 황 대표가 검찰에 대해 늘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적해준 것에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황 대표는 윤 총장을 만난 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와 관련해 한국당 의원들이 무더기로 고소·고발된 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두 사람 사이의 관심사는 아니었다”고 답했다.
뒤이어 윤 총장을 만난 나경원 원내대표도 “저희가 검찰에 고발한 사건과 일부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이 자리를 통해 표한다”고 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나 원내대표가 정치의 지나친 사법화와 검찰 인사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전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만났을 때 “총장이 바뀌면 항상 검사 40~50명이 사표를 내는데 이번에 66명이 사표를 내는 게 획기적으로 많은 건 아니다”며 “검찰 인사를 언론에서 정권에 유리하고 불리하다는 관점으로 보는데,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 배석했던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윤 총장이 정부 편에 있다고 좋은 자리에 보내거나 정부에 비판적이라고 좌천하는 관점으로 검찰 인사를 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