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에스퍼(사진) 미국 신임 국방장관이 취임 후 첫 방한에서 정부 외교·안보 수장과 한반도 안보 이슈에 대해 폭넓게 논의할 전망이다. 에스퍼 장관은 특히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파기 주장이 나오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유지하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7일 트위터를 통해 일방적으로 증액을 기정사실화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안을 들고 왔을 수도 있다.
에스퍼 장관은 8일 저녁 한국에 도착했다. 그는 9일 오전 11시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회담한 뒤 오찬도 함께할 예정이다. 한·미 국방장관이 1시간 넘게 한·미동맹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셈이다.
에스퍼 장관은 정 장관에게 한·일 지소미아의 중요성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소식통은 “에스퍼 장관이 지소미아를 직접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조하는 외교적 어법으로 지소미아 유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이 동아시아 안보 정세를 설명하며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체 참가와 미국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하는 문제 등은 한·미 국방장관회담의 공식 의제에 포함돼 있지 않다. 하지만 에스퍼 장관이 이에 대한 미국의 구상을 설명하며 우회적인 협조 요청을 할 수도 있다. 이달 진행 중인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포함한 연합훈련 실시 방안과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회담 후 에스퍼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퍼 장관은 정 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비공개 회담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퍼 장관이 이 자리에서 내년 방위비 분담금 증액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미 정부가 요구하는 증액 규모에 대해서는 한·미 당국 모두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바 없다. 일각에서는 현재 일본의 분담금과 비슷한 수준인 2조원대에서 최대 50억 달러(6조450억원)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외교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협상이 시작되지 않았고, 협상을 시작해야 증액 여부 등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측과 개괄적인 의견 교환 정도만 이뤄졌다”며 “아직 협상 대표팀 구성이나 첫 회의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경택 최승욱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