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日 규제 3~4개월 지속 땐 ‘갤노트10’ 생산에 영향”

입력 2019-08-09 04:09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이 7일(현지시간) 갤럭시 노트10 언팩 행사 후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일본이 수출 규제 3개 품목 중 하나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을 승인했다는 소식에도 업계는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칼자루는 일본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와 함께 대표적인 수출 효자품목인 스마트폰도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되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고동진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장(대표이사 사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관련해 스마트폰 사업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내일 당장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3~4개월 지속하면 갤럭시 노트10, 갤럭시 폴드 등 하반기 신제품 생산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대부분 부품을 여러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멀티 벤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일본 업체에 편중된 상황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타격이 작다. 하지만 고 사장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범위가 4차 협력업체까지인데 단계마다 들어가는 원재료 등을 보면 영향이 없을 수 없다”면서 “모두 열심히 해서 어느 정도는 준비가 돼 있지만 계속되면 상당히 힘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 사장은 “사장이 되기 전에 매년 ‘내년이 위기’라는 말을 들어서 사장이 된 이후에는 임직원들에게 위기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면서 “미·중 무역전쟁, 일본 소재 수출 규제 등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 내년 사업 계획을 세울 때는 위기라는 말을 하게 될 거 같다”고 했다. 다만 그는 “아무리 어려워도 우리가 잘하면 고객이 인정해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더 열심히 노력할 각오가 돼 있다”고 의지를 다졌다.

9월 출시를 확정한 갤럭시 폴드에 대해서 고 사장은 “가슴을 열어서 보여줄 수 있으면 시커멓게 된 걸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롭고 혁신적인 것을 할 때 모르는 게 참 많이 나오는 거 같다”고 개발과정에서 어려움을 털어놨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이 수출을 승인한 레지스트는 삼성전자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본이 속도조절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한 업계 관계자는 8일 “일본이 수출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규제하는 조치라는 걸 국제사회나 한국 기업에 보여주기 위한 행보”라며 “일본은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는 품목을 확대하는 등 우리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카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일본 규제가 또 언제 치고 들어올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이 느끼는 피로도도 상당하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전사적으로 이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검토 중인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맞대응 카드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가 수출 규제를 한다고 해도 일본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이 별로 없어서 자칫 제 발등 찍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도 “우리가 보복하면 또 일본이 새로운 추가 보복을 하는 양상이 반복될 수 있다”며 “맞불작전으로 입게 되는 피해가 더 크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물론 가장 적절한 전략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 부연구위원은 “정부에서 업계 관계자들을 모아 의견을 듣고 업계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히 품목 고르기 작업을 할 것”이라며 “일본에 대한 상응조치이면서 국제법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잘 짠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뉴욕=김준엽 기자, 최예슬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