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위해… 세계 기독청년들, 순례 나섰다

입력 2019-08-09 00:01
세계교회협의회(WCC) 소속 청년들과 한국의 기독 청년들이 7일 광주 서구 상무평화로 5·18자유공원에서 ‘정의와 평화의 순례(PJP)’ 시작을 알리는 펼침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곤봉을 든 제복의 사람들, 홍콩에선 바로 지금 경찰이 저 모습입니다. 계급과 명찰을 가리고 국가의 이름으로 폭력을 휘두릅니다. 광주에선 40년 전에, 홍콩에선 지금 벌어지는 현실입니다. 역사가 이렇게 반복된다고 느낍니다.”

홍콩에서 온 파니 정(32·여)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곤봉을 치켜든 조형물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계엄군 발치에는 땅에 이마와 발만 댄 채 엎드려 뒷짐지는 이른바 ‘원산폭격’ 자세의 시민들 마네킹이 있었다. 낮 기온이 35도를 넘어선 7일 오후 광주 서구 상무평화로 5·18자유공원.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시민들을 구금했던 상무대 법정과 영창을 복원·재현한 곳이다.

정씨를 비롯해 가나 대만 미국 스웨덴 일본 자메이카 캐나다 호주 등 16개국서 온 세계 기독 청년 40여명이 한국 청년 40여명과 함께 ‘정의와 평화의 순례(PJP)’ 첫 번째 행선지로 광주 5·18 유적을 찾았다.

정씨는 “1989년 6월 중국 베이징 천안문 시위 30주기를 맞아 지난 6월 홍콩에서 민주화를 바라는 홍콩 시민 100만명 대행진이 있었다”면서 “홍콩서 지난해 개봉한 한국 영화 ‘택시운전사’와 ‘1987’ 덕분에 홍콩 시민들도 한국의 80년대 광주와 민주화 과정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 칼룬 유니온 처치 소속인 그는 “홍콩의 민주화와 평화를 위해 한국교회에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세계교회협의회(WCC)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통일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가 주관한 이번 순례는 지난 6일 시작됐다. 서울에서 환영예배와 오리엔테이션을 가진 80여 청년들은 7일 광주, 8일 대전 산내골령골 6·25 민간인 학살지, 9일 충북 영동 노근리평화공원, 10일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 침묵 순례를 거쳐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복음교회에서 8·15 남북공동주관 예배를 드리는 일정을 소화한다. 세계교회와 함께 평화와 화해의 의미를 묵상하고 한반도 평화가 세계 평화의 출발점이란 인식을 공유하며, 세계 기독 청년들이 각국의 평화를 위해서 어떻게 연대할지 논의하는 자리다.

미국 뉴욕 플러싱 제일연합감리교회에서 온 재미교포 함형주(27)씨는 미군으로 4년간 복무한 경력이 있다고 했다. 함씨는 “광주항쟁 당시 위르겐 힌츠페터 같은 독일 언론인의 보도로 독일에 나가 있던 광부와 간호사 교포들이 거꾸로 국내에 참상을 전파했다고 들었다”면서 “교포로서 또 기독인으로서 고국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작은 일이라도 돕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순례단을 이끄는 EYCK 총무 남기평(35) 목사는 “통일을 골칫거리가 아닌 평화와 공존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임을 세계 청년들과 함께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글·사진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