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 “병원에선 변화없다”

입력 2019-08-11 18:57
인제대학교 백병원 공모전에서 교직원 자녀가 출품한 작품.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도 실제 일하는 병원 근로자들이 느끼는 변화는 아직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달 16일부터 시행됐다.

병원 근로자들은 법 시행 전후 큰 차이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지난달 5일 법 시행을 앞두고 전 직원 교육 과정 중에 문제가 발생했다. 강사로 초빙된 노무사가 해당 법이 부적응자·저성과자의 문제 제기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에 근로자들이 반발한 것이다. 병원장이 사과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병원 문화 개선의 의지에 의문이 제기하는 목소리는 계속됐다. 병원 관계자는 “교육에 대해 노무사와 상의를 하거나 방침·방향을 요청했던 것이 아니라, 병원의 입장이라 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A병원 근로자는 “윗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병원에서 규정을 바꾸고 교육을 진행하지만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과도한 업무지시’ 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전공의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도 확실치 않다.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법 시행 전 노동부에 해당 법에 전공의가 포함되는지 질의했다”며 “같은 날 폭력·성희롱·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전공의법’도 개정됐는데, 전공의도 근로자로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포함돼야 함에도 노동부에서 법 간 상위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을 뿐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전공의 B씨는 “이 법에 대해 교육 및 강연이 병원에서 이뤄졌지만 현장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며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교수들은 ‘저런 건 신고하는 사람에 문제가 있다’ ‘신고를 당해도 별 것 없다’ 등 법 자체를 조롱했다”고 울화통을 터뜨렸다.

한림대 성심병원의 간호사 장기자랑 강요 논란, ‘태움’으로 인한 서울아산병원 및 서울의료원의 간호사 사망 등 의료계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건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다. 의료기관마다 규정을 바꾸고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근로자가 느끼는 변화는 크지 않아 의료 현장에 보다 강도 높은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노상우 쿠키뉴스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