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거나 아프지도 않고요. 일상생활에도 큰 지장이 없어요. 내가 암환자라는 사실도 잘 못 느낄 정도입니다” 2년 전 난소암 말기 진단을 받았던 배영희(만 66세)씨는 요즘 3살, 8살, 13살짜리 손주들을 돌보는데 여념이 없다. 매일 아침 어린이집 등·하원을 돕고, 끼니까지 챙기는데도 거뜬하다. 배씨는 그간 수술, 항암 등 힘겨운 치료과정을 모두 마치고 현재 유지기 치료를 받고 있다. 최근 진료현장에서 만난 그는 “재발도 왠지 나한텐 안 올 것 같다”며 씩씩하게 말했다.
배씨가 난소암 치료를 시작하게 된 것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복통으로 동네병원을 찾아 초음파 검사를 한 것이 난소암 말기 진단으로 이어졌다고. 그는 “아랫배가 살살 아프다가 딱딱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동네병원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하더라. 심한 통증이나 특이한 증상은 전혀 없어 암인 줄 꿈에도 몰랐다”고 회상했다.
난소암은 여성의 삶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암이다. 환자 2명 중 1명은 암이 상당히 진행된 3기 이후 발견된다. 암이 진행되기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고 아직까지 효과적인 조기 검진 방법도 확립되지 않은 상태라 진단이 늦기로 유명하다. 특히 3기 이상의 환자 중 약 80%가 평균 15개월 전후로 재발을 경험할 만큼 예후가 좋지 않아 ‘침묵의 살인자’라 불린다.
배씨도 암진단 당시 3기 이상으로 위중한 상태였다. 주치의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이정원 교수는 “배영희 환자는 수술에서 불완전 절제를 한 상황이었다. 6번의 항암치료와 표적항암제(아바스틴) 투여 이후 암세포가 모두 사라진 ‘완전 관해' 상태에 도달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표적항암제 단독 투여를 12차에 걸쳐 현재까지 진행해왔다”며 “환자 같은 경우는 치료 효과가 좋은 케이스다. 긍정적인 성격이 치료결과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치료 경과를 설명했다.
난소암 치료에서 가장 우선되는 목표는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이다. 이 교수는 “난소암은 3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완치 또한 쉽지 않다”며 “다행인 점은 환자의 약 80%는 종양이 많이 퍼져 있는 경우에서도 항암치료를 통해 호전된다는 것이다. 또 최근 아바스틴 등 표적항암제가 급여권에 진입하면서 치료옵션이 많아졌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의료진 입장에서 불완전 절제 등 예후가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는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새로운 무기가 생긴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의료현장에서는 난소암의 재발을 최대한 늦추는 방향의 치료가 이뤄진다. 이 교수는 “난소암은 대부분 암이 꽤 진행된 상태인 3기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재발을 막는 일이 쉽지 않다. 이에 치료 후 무진행생존기간(재발 이전까지의 기간)을 최대한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치료 전략이 바뀌고 있다”며 “항암치료제와 표적항암제를 병용하고, 이후 표적항암제를 단독 유지요법으로 사용하는 방향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난소암은 재발률이 높고, 의료진도 재발 여부를 미리 알 수 없다. 암환자들 가운데 심리적인 부분이 잘 관리되는 환자에서 재발 확률이 낮다고 알려져 있다. 좋은 치료 방법에 환자의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더해질 때 가장 좋은 재발 예방법이라 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