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무료접종 지원 대상 확대를 위해 백신 효과를 확인한 연구 결과를 이달 말 발표한다. 그러나 연구가 ‘자궁경부암 예방 효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남성 접종을 권장하는 세계적 추세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HPV는 생식기 감염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 병원체이다.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어 그동안 여성의 예방접종만 강조돼 왔다. 이에 따라 HPV 백신 무료 접종 대상인 만 12세 여자청소년의 접종률은 50~60%에 달하지만, 남성에 대한 통계는 없다.
선진국에서는 HPV 감염 감소 효과를 높이기 위해 남성 접종을 장려하고 있다. 남성에게도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오영택 교수는 “HPV는 자궁경부암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항문이나 남성 성기에도 암이 생길 수 있고, 두경부암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서는 향후 20~30년 사이에 HPV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이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집단면역효과를 낼 수 있도록 예방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나 현재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남성에 대한 HPV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지 않다. 백신 접종을 지원하려면 비용대비 효과를 확인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데이터가 없다”고 설명했다.
분당차병원 산부인과 주원덕 교수는 “여성은 자궁경부암이라는 중대한 병에 걸릴 수 있지만 남성은 성기 사마귀 등 심하지 않은 질환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 그래서 경각심이 낮은 것”이라며 “하지만 남성은 HPV를 전염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주 등 선진국은 남성 접종을 장려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우리보다 훨씬 빨리 HPV 감염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 국가적으로 HPV를 박멸하는 계획을 세운다면 남성에게도 백신 접종을 지원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질본 관계자는 “일부 국가에서 남아를 대상으로 HPV 백신을 접종하도록 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여아에게만 접종을 하고 있다. WHO 등에서 강력하게 권고를 하거나 특별히 변동되는 사항이 있다면 남아에 대한 연구 및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HPV 백신은 가다실과 서바릭스가 있는데 성별에 관계없이 같은 백신을 접종한다. 만 12~13세 여성은 2회까지 무료로 접종할 수 있지만, 남성은 20~30만원의 접종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외국선 남성도 HPV 백신 접종
입력 2019-08-11 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