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트위터에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대화가 시작됐다”며 “한국은 북한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미국에 훨씬 더 많은 돈을 지불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차기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아직 공식 개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으나, 8일 방한하는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직접 ‘안보 청구서’를 내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협상 시작을 알리며 “한국은 매우 부유한 국가로, 이제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방어에 기여하려는 의무감을 느끼고 있다. 양국 관계는 매우 좋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수십년간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아주 적은 비용만 받았지만, 지난해에는 나의 요청으로 한국이 9억9000만 달러를 지불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외교부는 “제11차 SMA 협상은 공식 개시되지 않았다”면서 “한·미는 지난달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방한을 계기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방위비 분담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고, 구체적인 내용은 SMA 협상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얘기지만, 내년 분담금을 대폭 올리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2월 제10차 SMA에서 타결된 올해 분담금 총액은 1조389억원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비공식적으로 올해 분담금의 5.8배에 달하는 50억 달러(6조755억원)를 언급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볼턴 보좌관도 지난달 24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만나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등을 거론하며 방위비 분담 부담을 더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일본과 몽골에 이어 8일 저녁 한국을 방문하는 에스퍼 장관은 9일 정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방한 일정은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의 요청에 따라 한·미 연합 군사연습 기간을 피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연습 도중 방한할 경우 연습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외교 소식통은 “방한이 군사연습 중에 이뤄지면 연습을 지휘해야 할 한·미 군 고위참모들이 한·미 국방장관회담에 배석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북한의 국지도발과 테러에 대비한 위기관리참모훈련이 진행된 데 이어 11일 새벽부터 20일까지 전면전 발발을 가정한 연습이 실시된다. 위기관리연습과 본연습 사이의 휴지기에 에스퍼 장관이 방한하도록 일정을 맞춘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체에 파병 요청과 미국 중거리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하는 문제는 한·미 국방장관회담의 공식 의제로 잡혀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에스퍼 장관은 7일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과의 면담에서 한·일 지소미아를 포함해 한·미·일 협력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김경택 이상헌 권중혁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