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면서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하진 않았지만 업계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추가로 규제할 대상 품목과 규제 방식의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별로 대응방안을 고심하는 설명회, 토론회도 잇따르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체들은 일본이 본격적으로 확대할 규제 방식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업계는 일본이 개별허가를 할 것인지, 일본 정부의 자율준수프로그램(ICP) 인증을 받은 기업을 대상에서 제외할 것인지 여부가 결정되면 그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날 일본의 발표에 따르면 ICP 기업에 한해 포괄허가를 내주는 ‘특별일반포괄허가’ 방식은 계속 유지된다.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 기업이 ICP 인증을 받아 수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인정받으면 개별허가를 면제받을 수 있는 것이다. ICP 인증을 받은 일본 기업과 거래하는 우리 기업들은 화이트리스트 제외의 영향 없이 3년 단위 포괄허가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우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업체들과 거래하는 쇼와덴코, DNP, 스미토모, JSR 등도 ICP 기업이다.
하지만 업계의 불안감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ICP 기업 적용은 계속하기로 해 일단 안심했지만 세칙사항에 무기로 사용할 여지가 있을 경우 제한된다는 내용이 있다”며 “지금 당장 ICP 기업은 규제대상이 안 되더라도 향후 언제든지 상황이 바뀔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대외무역의 특성상 정보 부족과 복잡한 절차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업계는 대응책 공유에 나섰다. 이날 서울에서는 뿌리산업·정밀화학에 이어 섬유산업 관련 기업들이 일본의 수출 규제 영향에 대한 설명회에 참석했다. 일부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들은 과학기술총연합회가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개최한 ‘일본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토론회에 참여했다.
토론회에서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소재·부품 국산화에 대해 “대일본 의존도가 70% 이상인 품목은 국가별 다변화를 반드시 모색해야 한다”며 “소재·부품 국산화는 반드시 글로벌 수준의 품질을 보장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국산화에 성공한 솔브레인의 박영수 부사장은 “대기업도 현재 소재·부품 국산화에 대한 절실함을 느끼고 있다”며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정책 방향을 정하고 기업에 재정 지원하는 형태가 아니라 대기업의 중장기 로드맵을 청취하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부품·소재 국산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