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태 악화와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발목이 잡힌 중국이 이번에는 인도가 북부 카슈미르 지역에 대한 직접 통치 선언을 하면서 영토 갈등 부담까지 안게 됐다. 중국과 인도는 2017년 도클람(중국명 둥랑) 지역 영토분쟁으로 정면충돌 직전까지 갔었다.
화춘잉(사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중국은 인도가 국경 서쪽의 중국 영토를 인도의 행정관할 구역으로 포함하는 데 반대해 왔다”며 “이 입장은 확고하고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인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자국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중국 영토 주권을 훼손하는 행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화 대변인은 카슈미르 지역을 놓고 다투는 인도와 파키스탄에 대해서도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이 문제는 역사적 현안이자 국제사회의 관심 사안이어서 절제와 신중을 기해 처리해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현재 상황을 바꿔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는 지난 5일 파키스탄과의 영토분쟁 지역인 잠무카슈미르주(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에 특별자치권을 부여하는 헌법 370조를 대통령령으로 즉각 폐지한다고 의회에 통보해 승인을 받았다. 인도 헌법 370조는 국방·외교 등을 제외한 영역에서 카슈미르 지역의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동안 이 지역은 다른 지역과 법체계 등이 달라 외지인들은 취업하거나 부동산 구매를 할 수 없었다. 외국과의 전쟁 등의 명목이 아니면 분쟁 발생 시 인도 중앙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이 조항이 폐지돼 잠무카슈미르주는 인도 중앙정부의 직접 통치를 받게 됐다. 분쟁 발생 시 중앙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현지 주민들은 물론 영토분쟁 중인 파키스탄도 “평화와 안보를 악화시키는 불법적인 조치”라며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3만5000명의 인도군을 투입해 현지 정치인들을 가택연금시키고 테러 위험을 이유로 관광객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이후 지역에선 전화와 인터넷도 끊겼고 무장군인이 거리에서 시민들의 통행을 제한했다.
1947년 영국의 식민지배에서 분리독립한 힌두교 중심의 인도와 무슬림 중심의 파키스탄은 한반도 크기(22만㎢)의 카슈미르 지역을 놓고 분쟁을 벌여왔다. 카슈미르는 무슬림 농민이 다수였지만 지배층인 힌두교도들은 인도 편입을 결정해 전쟁이 벌어졌고, 이후 유엔의 중재로 휴전했으나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