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들도 모른다고만”… 피말리는 화학공업업계

입력 2019-08-08 04:04

“일본 측 거래처에 ‘이 품목은 (수출 전에) 허가를 받아야 하느냐’고 물어보니까 자기들도 모르겠다고 해요. ‘일단 신청을 해봐야 알 것 같다’고만 하더라고요.” “일본 기업들이 벌써부터 전략물자가 아닌 품목에 대해서도 예비판정을 운운하면서 수출을 안 하고 있는데 정부는 무슨 대책을 갖고 있는 겁니까.”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무역협회·전략물자관리원과 함께 서울 강남구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에서 정밀화학·뿌리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일본 수출규제 관련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장은 시작 전부터 정밀화학 분야와 뿌리산업(소재·부품과 완제품 사이 중간공정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 분야 관계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은 연신 하소연을 쏟아냈다.

화학공업 분야는 일본 의존도가 높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화학공업 및 연관공업 생산품의 대일본 수입 비중은 98.4%에 이른다.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안보상 수출 우대국가) 배제로 직접 영향이 예상되는 159개 집중관리 품목 가운데 화학물질만 53개(33.3%)에 이르는 것으로 본다.

설명회는 산업부와 고용노동부, 전략물자관리원 등 정부 측 인사들이 일본 수출규제 대응책을 설명한 뒤 질의응답을 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세칙’을 문의하는 질문이 잇따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비(非)전략물자 품목들까지 캐치올 규제(대량살상무기 제조 등에 이용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비전략물자에 대해서도 수출을 통제하는 제도)를 명목으로 개별 수출허가 대상 품목으로 지정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캐치올은 국제적 통용요건이 있기 때문에 뚜렷한 징후 없이 내세우기 어렵다”며 “일본 정부가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개 품목과 같이 특정 품목을 개별허가 대상으로 돌릴 수는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어떤 품목이 개별허가 대상으로 추가될 것으로 보이냐’고 묻자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일본이 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수출허가에 차일피일 시간을 끌면 어떡하느냐” 등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정부 대응을 꼬집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한 뿌리산업 업체의 대표는 “정부가 오는 28일부터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따른 조치가 시행된다고 설명하는데 일본 기업들은 이미 지난달부터 ‘세관 예비판정서를 받아야 수출 허가가 나온다’며 제품을 보내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무슨 대책이 있느냐”고 따졌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뿌리산업은 대부분 영세해서 이런 설명회조차 참석하기 힘든데 설명회 내용을 보면 정부가 여전히 실제 산업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