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공격에 미·중 갈등… 내년 성장률도 장담 못한다

입력 2019-08-08 04:05

한국 경제가 하반기로 넘어가면서 돌발 ‘외풍’에 휘청이고 있다.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경제 성장도 장담할 수 없다는 우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올해 성장률 2% 안팎, 내년에 2%대 초반에 그친다는 관측이다. 정부는 당초 올해 한국 경제가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여 내년에는 2.6%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국내 경제전문가 2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성장률을 2% 내외로, 내년은 2%대 초반으로 예측했다고 7일 밝혔다.

지난 4월 조사보다 하향 조정한 것이다. KDI의 지난 4월 경제전망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올해 성장률을 2.2%, 내년을 2.4%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수출과 경상수지, 실업률, 소비자 물가 등에서도 당초 전망치보다 나쁜 숫자를 제시했다.

4월 조사와 7월 조사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2% 포인트나 하락한 배경에는 ‘대외 여건’이라는 악재가 있다. 일본 수출규제가 급부상했고, 미·중 무역갈등이 변수로 등장했다. KDI는 “미·중 무역갈등, 일본 수출규제 등 통상 마찰이 심화되면서 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움직임은 정부의 당초 기대와 다르다. 정부는 대외 여건이 서서히 풀리면서 하반기에 경제가 회복세를 탈 것으로 관측했었다.

여기에다 경제 성장을 이끌 ‘정부 지출’도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 부문은 성장에 ‘마이너스 기여’를 하고 있다. 올해 2분기(4~6월) 한국 경제는 전 분기 대비 1.1% 성장했다. 성장 기여도는 정부가 1.3% 포인트인 반면 민간은 -0.2% 포인트였다. 정부의 재정정책이 ‘나홀로 성장’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수입 여건은 지난해보다 좋지 않다. 지출이 늘어야 하는데, 수입이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올 상반기(1~6월) 총 국세수입은 156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원 감소했다. 반면 정부가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470조원의 예산을 연초에 집중 투입하면서 통합재정수지(총지출-총수입)는 일시적으로 38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연말에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맞추면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올해 연간 전망치는 통합재정수지 6조5000억원 흑자,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사회보장성기금수지) 37조6000억원 적자다.

다만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계속 추진하면 국채 발행 등 수입을 보전할 방안이 필요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추가경정예산 통과를 기준으로 37.2%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