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사장단과의 긴급회의를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국 생산공장 순회에 나섰고, 최태원 SK 회장은 비상회의를 열고 “흔들림 없이 가자”며 위기 극복 의지를 다졌다.
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온양사업장(충남 아산)과 천안사업장을 차례로 방문했다.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백홍주 TSP총괄 부사장 등이 동행했다.
온양과 천안사업장은 반도체 후공정(패키지)이 이뤄지는 곳으로, 이 부회장의 온양사업장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밸류체인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은 경영진과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함께한 뒤 패키징 사업 현황 점검, 차세대 패키지 개발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달 안으로 이 부회장은 경기도 평택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과 기흥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생산라인, 삼성디스플레이 탕정사업장도 방문할 계획이다. “긴장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고 당부했던 이 부회장은 사업장 순차 방문을 위해 여름휴가도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SK 최 회장도 비상회의를 소집하고 영향과 대응 방안을 긴급 재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오후 서울 SK T타워에서 16개 주요 관계사 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비상 회의를 주재했다.
통상적으로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는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최 회장이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 회장은 회의에서 “흔들림 없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자”며 “위기 속에 또 다른 기회가 있으니 현재 위기를 극복하며 새롭게 도약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생산 업체인 SK하이닉스는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로 대체재·재고 확보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수출 규제 문제 등과 관련해 수시로 현안 보고를 받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수소연료전지차 ‘넥쏘’의 수소탱크 등에 탄소섬유가 쓰이는데 일부 1, 2차 협력사가 일본으로부터 소재와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탄소섬유와 배터리 모두 당장 공급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면서 “직접적인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광모 LG 회장 역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LG 계열사 중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일본에서 에칭가스를 일부 공급받고 있고, LG화학이 배터리의 일부 소재를 일본에서 공급받고 있다. LG 관계자는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미칠 영향에 긴밀히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2일 일본으로 출국해 현안을 챙기고 있다. 롯데 계열사들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불매운동과 관련해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일본의 현안을 보고받고 살피기 위한 출장”이라면서도 “간접적으로는 영향을 받는 상황이다보니 두루두루 챙겨볼 것 같다”고 말했다.
최예슬 문수정 임세정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