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1시14분쯤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의 한 종이상자 제조공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해 진화에 나선 소방관 1명이 사망했다. 불은 큰 폭발과 함께 시작돼 창고에 쌓여 있던 종이상자에 순식간에 옮겨 붙으며 확산됐다.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한 안성소방서 소속 소방관들은 공장 지하 1층으로 진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갑자기 다시 폭발이 일어나는 바람에 석원호(45) 소방장이 순직하고, 이돈창(58) 소방위가 얼굴과 양쪽 팔에 1~2도의 화상을 입었다. 화재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공장 관계자 등 8명도 부상을 당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중에는 차량을 타고 근처 도로를 지나다가 폭발 시 주변으로 튄 파편에 맞아 다친 이들도 있었다.
주민 김모(47)씨는 “길 건너편 가건물에 있었는데 갑자기 쾅쾅쾅 하는 굉음이 나 나가보니 건너편 공장에서 불길이 치솟았다”면서 “벽에 걸린 시계가 떨어질 정도로 진동도 컸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은 “땅이 울릴 만큼 큰 폭발음이 있었고 곧이어 화재가 발생했다”며 “공장 건물 파편이 주변 100m 거리까지 튀었다”고 했다.
화재가 나자 소방당국은 펌프차 등 소방차량 50여대와 소방관 130여명을 투입하고 소방헬기까지 동원해 불길을 잡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숨진 석 소방장은 이 과정에서 가장 불길이 컸던 지하창고 부근으로 내려갔다가 화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길이 잡힌 화재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만큼 처참했다. 공장 4동 가운데 1동이 폭발로 완전히 주저앉은 채 전소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이 지하창고 부근 연료탱크 폭발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확한 화재원인과 피해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안성=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