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인 자이르 보우소나루(사진) 브라질 대통령이 경찰관이나 일반 시민이 범죄자를 살해할 경우 면책을 부여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브라질에서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 법안이 시행되면 공권력의 폭력 행사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TV 인터뷰에서 형법상 면책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의회가 승인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범죄를 극적으로 줄이려면 일선 경찰관들에게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해줘야 한다”며 “범죄자들은 길거리에서 바퀴벌레처럼 죽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범죄자들과 전쟁을 벌이는 경찰관들이 총기 사용에 제한을 받는 건 불공평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총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경찰관은 법정에 설 게 아니라 포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사용한 무고한 시민들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여성과 소수자에게 거친 막말을 퍼붓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스타일이 비슷해 ‘브라질의 트럼프’라는 별명도 있다. 하지만 ‘바퀴벌레’ 발언은 그의 평소 언행에 비춰도 수위가 훨씬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 발언에 환호하며 지지를 표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강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취임 이후 공권력의 폭력으로 숨진 사람은 급증하는 추세다. 활동가들에 따르면 헌병대에 살해당한 사람은 올해 상반기에만 414명이나 된다. 2003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같은 기간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무려 881명이 공권력의 폭력으로 숨졌다. 5시간에 한 명꼴로 사망자가 나온 셈이다.
인권운동가들은 새 법률까지 시행되면 브라질 거리에 유혈이 낭자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상파울루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는 아리엘 카스트로 알베스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은 혐오스럽다”며 “그는 경찰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 잔학 행위를 저지르라고 선동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싱크탱크 이가라페 연구소의 로버트 무가 소장은 “브라질은 이미 살인 범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경찰 폭력에 따른 사망자 숫자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