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금융보복 가능성 낮지만 외화 유동성 악화엔 대비해야

입력 2019-08-07 04:01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6일 일본의 한국 금융시장 공격 및 피해 가능성에 대해 “20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와 금융 펀더멘털(기초여건) 상황이 달라서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본의 금융보복’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일본의 수출규제가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외화 유동성의 변동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일본의 금융보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금융 당국의 대비 수준은 안심할 만한 수준인지 문답으로 살펴봤다.

-국내에 유입된 일본계 금융자금은 얼마나 되나.

“금융 당국에서 추산하는 규모는 많게는 52조9000억원, 적게는 39조3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일본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은 13조원 정도다. 외국인 투자자 가운데 10위다. 국내 상장주식 시가총액 대비로는 0.8% 수준에 불과하다.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일본계 은행의 한국지점 여신이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24조7000억원에 이른다. 외국계 여신액에서 25.2%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일본의 3대 메가뱅크인 미즈호은행 여신은 11조7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영업 중인 외국계 은행 중 가장 많다. 미즈호은행을 산하 기업으로 두고 있는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의 사토 야스히로 회장은 최근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면담하고 자금회수를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로 얘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계 은행의 여신 가운데 국내 제조업과 도·소매업에 흘러 들어간 돈은 10조원이 넘는다. 만일의 사태 발생 시 위험하지 않을까.

“현재 제조업에 8조7000억원, 도소매업체에 2조8000억원 정도 들어가 있다. 금융 당국은 일본계 자금이 100% 회수되는 상황을 가정해 ‘스트레스테스트’까지 진행했다. 그 결과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게 금융 당국의 입장이다.”

-일본계 대부업체의 대부 자산이 6조7000억원 규모다. 업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8.5%로 꽤 높은데.

“저축은행(총 79곳) 가운데 4곳, 대부업체 중 19곳이 일본계다. 이들은 영업자금 대부분을 한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인수 당시 출자금을 제외하고 일본 자금의 직접 차입 규모는 크지 않다. 경제보복에 따른 급격한 영업축소 가능성은 극히 제한적이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국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

-일본계 은행이 한국 기업의 신용장에 대한 보증 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이뤄지더라도 보복조치로서의 실효성이 없다는 게 금융 당국과 시장 전문가 판단이다. 그동안 무역거래 결제 형태가 ‘신용장’에서 ‘송금’으로 바뀌면서 신용장 이용 비중이 큰 폭으로 줄었다. 신용장 방식은 전체 수입액 중 15%대에 불과하다.”

-일본의 금융보복 가능성을 낮다고 하지만, 유념해야 할 흐름은 없나.

“국내 가계와 기업이 국내 자산을 줄이고 해외 자산을 늘리는 ‘머니 무브’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과 채권을 조금이라도 팔기 시작하면 단기적으로 은행의 외화 유동성은 악화할 수 있다. 금융 당국과 금융권에서는 이런 지점을 살펴보고 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