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적극적 ‘규제 완화’… 친기업 행보로 돌파구 찾는다

입력 2019-08-06 04:04

정부는 일본 경제보복의 돌파구를 기업에서 찾는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생산시설과 연구·개발(R&D)시설에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하던 기조에서 ‘규제 완화’로 선회했다. 소재·부품·장비 생산시설 등의 입지 및 환경평가 절차를 간소화해 기업 투자를 유도한다. 여기에다 핵심소재·부품·장비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연장근로가 필요하면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노동규제 완화’도 추진한다.

전방위적인 ‘친기업 행보’로 대외 여건에 휘둘리는 국내 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목표다. 다만 노동계와 환경단체들은 지나친 규제 완화에 따른 환경 파괴, 주52시간 근로제 도입 의미 퇴색 등의 부작용을 우려한다.

정부가 5일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에는 생산시설 및 R&D시설의 입지·환경 절차를 대폭 단축하는 방안이 담겼다. 핵심소재·부품을 개발하고 양산하려 해도 규제에 발목 잡혀 속도전을 펼칠 수 없다는 기업 애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R&D로 핵심 기술을 국산화하려고 해도 2~3년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아야 하고, 이후 기술신뢰성 평가 등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기술을 생산에 적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반적인 입지 규제의 문턱을 낮춘다. 국내 수급이 끊길 위험이 있는 물질에 한해 화학물질 취급시설 인허가 및 기존 사업장의 영업허가 변경 신청 절차를 단축한다.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정부 승인을 기다리다 생산이 늦어지는 문제를 방지한다.

일본 수출규제로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의 특별연장근로도 허용한다. 일본 수출규제를 사회적 재난에 버금가는 문제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를 완전히 완화하지 않았지만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기업환경을 개선하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노동계는 반발했다. 화학물질 인허가는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역전쟁에 대비하지 못한 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환경정의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조치이긴 하지만 무역전쟁에 대비하지 못한 기업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편의만 봐주겠다고 접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특별연장근로 확대가 노동자 건강권 악화를 초래한다고 본다. 민주노총은 “일본이 1000개가 넘는 품목에 대한 무역보복 조치에 나설 때는 한국 전체 노동자에게 특별연장노동을 강제하겠다는 이야기인가”라고 꼬집었다.

세종=전성필 기자, 모규엽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