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재정난에… KBS 마저 월화 드라마 중단하나

입력 2019-08-06 04:03
MBC, SBS에 이어 KBS까지 월화극 잠정 중단 논의에 들어가면서 한동안 지상파에서 월화 미니시리즈를 못 보게 될 전망이다. 최근 비상경영에 들어가는 등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상파가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왼쪽부터 KBS, MBC, SBS 사옥 모습. 연합뉴스

지상파 3사 모든 채널에서 월화 미니시리즈를 한동안 만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MBC, SBS에 이어 KBS까지 월화극 잠정 중단 논의에 들어가면서다. 최근 비상경영에 돌입하는 등 극심한 재정난을 앓고 있는 지상파의 고육지책인 셈인데, 이 실험이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KBS는 오는 9월부터 전파를 타는 월화극 ‘조선로코-녹두전’ 이후 작품을 확정하지 않았다. KBS 관계자는 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재정비를 위한 월화드라마 잠정 중단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광고 비수기에 맞춰 휴식에 들어간다는 이 안은 현재 실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MBC도 5일 첫 방송된 ‘웰컴2라이프’ 이후 당분간 월화극을 편성하지 않을 예정이다. SBS는 드라마 대신 예능 ‘리틀 포레스트’를 오는 12일부터 선보인다.

오랜 역사를 지닌 월화극이 이처럼 휴식기에 들어가는 것은 공중파가 겪고 있는 경영난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방송가는 양대 공영 방송사인 KBS와 MBC가 나란히 비상경영에 들어가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KBS의 올해 사업 손실액은 1019억, 2023년까지 누적 금액은 6569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 수를 90% 정도로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세웠고, 미니시리즈를 기존 72분에서 50분으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1237억원의 적자를 본 MBC는 올해 상반기에만 445억원의 손실이 났다. 지난해 영업 이익률이 0.08%에 그친 SBS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광고 수입의 감소가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데, 지상파 올해 상반기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2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적인 몸집 줄이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시도된 일일 저녁극, 아침극 폐지는 전조 현상이었다. 드라마는 제작비 폭증 등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돼가고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배우 개런티와 인건비 등으로 제작비가 매해 20~30%씩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시청률 부진도 한몫을 했다. 차별화된 장르물과 빅 캐스팅으로 무장한 케이블, 종편 채널 드라마에 기존 문법을 답습하던 지상파 콘텐츠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여기에 유수의 제작진들까지 타사로 유출되면서 편수 감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는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의 하나로 중간광고 도입을 꼽고 있다. 일례로 조능희 MBC 기획조정본부장은 지난달 열린 간담회에서 “유튜브도 중간광고가 들어간다. (비지상파와)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게 해달라는 것이 지상파의 끊임없는 요구”라고 했다.

월화드라마 블록 제거는 수목극에 집중해 채널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이 휴식기가 콘텐츠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진 드라마평론가는 “월화극 중단은 그간 이어져 온 콘텐츠 경영의 안일함이 가져온 현상”이라며 “스토리나 콘텐츠 제작 면에서 관성적이었던 부분들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