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잔뜩 낀 올 성장률… 시장선 ‘1%대’ 전망도

입력 2019-08-06 04:06

한국과 일본의 ‘경제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경제성장률 추락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4~2.5%다. 한국은행은 2.2%로 내다본다. 사실상 2% 초반을 마지노선으로 삼은 것이다.

전문가들과 시장에선 이마저도 달성이 어렵다고 관측한다. 글로벌 경기 둔화 움직임이 뚜렷한 가운데 ‘일본의 경제보복’이 불거지면서 1%대 성장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더 상황이 어려운 건 일본의 경제보복이 한국 경제에 얼마나 충격을 줄지 가늠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이 자의적으로 모든 수출 품목을 쥐락펴락할 수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

이미 주요 경제전문기관은 일본이 ‘반도체’에서 ‘전체 산업’으로 공격 범위를 넓히면서 한국 성장률 하락에 무게를 두고 있다. 1차 공격인 소재 수출규제(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의 경우 반도체만 겨냥했지만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추산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달 초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와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고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생산이 10% 감소하면 국내총생산(GDP)이 0.27~0.44% 감소한다고 진단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반도체 소재가 30% 감소하면 GDP가 2.2% 줄어들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한국이 반도체 및 관련 부품 수출 규제로 ‘맞불’에 들어가면 감소폭은 3.1%로 커진다.

일본이 2차 공격(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나서면서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일본의 2차 공격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사실상 모든 품목의 수출을 통제한다. 일본이 자의적으로 공격 대상, 공격 수준을 선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충격 범위·규모를 예측하기조차 쉽지 않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5일 “경제에 ‘하방리스크’가 생기면 대략 어떤 부분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계산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일본의 경제보복은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전망을 위한 ‘가정’조차 쉽지 않다. 구체적 성장률 하락 수치를 도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기관들은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 중후반대까지 내리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4%에서 2.0%로, 모건스탠리는 2.2%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 수정 가능성에 대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예측하고 전제해서 판단할 수 있지만, 정확하게 예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아직 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시기는 아니다”고 밝혔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