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따라 해 보세요. 쿵 따 쿵쿵따.”
지난 2일 경기도 고양 일산서구 거룩한빛광성교회 교육관은 전자기타와 베이스기타 키보드 드럼 소리로 요란했다. 7개 교회에서 온 32명은 이들 악기를 하나씩 잡고 합주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일명 ‘작밴캠프’ 모습이다.
작밴캠프는 작은 교회에 밴드팀을 만들어주고 복음 전도를 돕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DSM엔터테인먼트는 기타 잡는 법조차 모르는 성도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1박2일간 집중 훈련해 찬양단으로 변신시킨다.
비법은 코드 연주에 있었다. 처음엔 ‘G-C-D’ 코드로 시작해 ‘A-D-E’ 코드를 가르친다. 이후 복잡한 코드로 넘어간다. 코드별로 15곡을 연습한다. 주 강사 1명이 곡의 큰 흐름을 알려주고 보조 강사 2명이 즉석에서 지도한다.
전자기타를 잡고 있던 이병만(63) 인천 목양교회 목사는 “거리전도와 노인요양원 집회를 하려고 기타를 배우게 됐다”면서 “작은 교회에서 이런 방법으로 밴드를 만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청소년이 많이 몰려들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스기타를 연습하던 서지현(16)양도 “종일 연습하느라 손이 퉁퉁 부었지만 코드로 악기를 배우니 얼마든지 연주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밴드를 만들어 군부대 민간 목회자로 활동하는 아버지를 돕고 싶다”고 했다.
캠프는 음악학원의 이론수업과 달리 합주 중심의 실용 교육에 초점을 맞춘다. 박현정(43·여)씨는 “단기간 집중교육을 받았지만 단계별로 반복해서 익히고, 배운 것을 바로바로 합주하니 연주 실력이 붙는 것 같다”면서 “악기별 소리가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뭔지 알겠다. 초보자도 이렇게 한다면 얼마든지 연주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박씨는 “일주일에 1시간 배우는 기타학원이나 문화센터와 달리 캠프에서 합주하면서 훨씬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여기서 잘 배워서 역 광장 노방전도에 나가고 싶다”고 웃었다.
캠프의 연습곡은 찬송가 ‘주의 친절한 팔에 안기세’로 시작했다. 100번 연습을 하니 다음 곡 ‘슬픈 마음 있는 사람’에선 연습 횟수가 줄어들었다. 2일째 연주 실력이 붙자 30분에 1곡을 마칠 정도의 실력이 됐다. 그렇게 40곡을 연주하고 마지막엔 난이도가 가장 높은 ‘주 발 앞에 나 엎드려’를 합주했다.
작밴캠프를 이끄는 류인영 목사는 “가난한 미자립교회 목회자 자녀로 자라면서 전자기타가 얼마나 갖고 싶었는지 모른다”면서 “2012년부터 66차례 캠프를 연 것은 누구보다 미자립교회의 아픔을 잘 알기 때문이다. 각 교회에 밴드를 조직하고 작은 교회 목사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고 싶다”고 했다.
그는 “캠프는 전자기타와 베이스기타 키보드 드럼 연주 감각이 몸에 완전히 붙도록 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서 “같이 연주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소개했다.
이번 캠프가 가능했던 것은 거룩한빛광성교회가 장소를 무료로 제공하고 식사와 간식을 책임졌기 때문이다. 정성진 거룩한빛광성교회 목사는 “하나님은 누구에게나 가능성의 씨앗을 주셨는데, 다윗처럼 그 은사를 잘 계발하면 하나님께 크게 쓰임받는다”면서 “작은 교회 성도들이 이런 방법으로 찬양밴드를 조직한다면 목회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조만간 작밴 출신 밴드가 출전하는 전국경연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캠프에는 지금까지 500여 교회가 참여했는데, 캠프 후 강사들이 직접 교회를 찾아가 보강 수업도 해준다. 다음 캠프는 오는 15일부터 1박2일간 충남 부여 남부교회에서 열린다. 7만원의 참가비와 3만~5만원의 악기 렌털비를 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캠프를 지역에서 단독으로 개최하고 싶다면 4팀 이상 모으면 된다.
고양=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