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더는 미룰 이유 없다” 독도방어훈련 이달 중 재개 검토

입력 2019-08-05 04:08
2013년 10월 25일 실시된 독도방어훈련 모습. 해군 특수전여단(UDT)과 해경 특공대 대원들이 UH-60 헬기에서 강하하고 있다. 당시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것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해군 제공

우리 군 당국이 이달 중 독도방어훈련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악화일로인 한·일 관계를 감안해 늦춰졌던 독도방어훈련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안보상 수출심사 우대 국가) 명단에서 제외키로 결정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독도방어훈련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5번째로 진행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4일 “독도방어훈련은 연례적으로 실시해 왔던 것”이라며 “올해 들어선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 등을 감안해 실시 시점을 조정했지만 훈련을 생략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이달 중 훈련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한·일 관계를 고려해 미뤄왔지만 일본 측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마당에 계획된 훈련을 더는 미뤄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독도방어훈련은 외부 세력의 독도 침입을 막기 위해 매년 전·후반기 두 차례 실시된다. 지난해에는 6월 18∼19일, 12월 13∼14일에 훈련이 진행됐다. 올해 6월엔 실시되지 않았는데 이는 한·일 갈등 국면에서 양국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독도방어훈련은 2016년 11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체결을 앞두고 훈련 일정이 미뤄지기도 했다.

독도방어훈련에는 해군과 해병대, 해경의 병력과 장비가 투입된다. 3200t급 구축함 등 해군 함정과 P-3C 해상초계기, F-15K 전투기, UH-60 헬기 등이 참가할 전망이다. 2017년 2월 처음으로 작전 배치된 AW-159 와일드캣 해상작전 헬기가 이번 훈련에 처음 투입될 수도 있다.

훈련은 외부세력의 독도 불법상륙 등을 가정한 시나리오에 따라 실시된다. 과거에 기상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해상기동 훈련 시간을 축소하고 나머지 작전 훈련을 시뮬레이션 위주로 진행하기도 했지만 이번에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참가 규모는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훈련은 오히려 이전보다 공세적인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해군 특수전여단(UDT)이나 해병대 신속대응부대 병력이 헬기를 타고 독도에 상륙한 뒤 외부세력을 쫓아내는 훈련이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에는 우리 병력의 상륙 훈련 대신 일본을 비롯한 외부세력의 독도 상륙을 저지하는 훈련만 진행되기도 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훈련 종료 직후 훈련 장면을 공개하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그동안 독도방어훈련은 대부분 비공개 훈련으로 진행됐다. 정부는 일본 외무성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동영상을 배포하며 역사 왜곡을 감행했을 때인 2013년 10월 독도방어훈련 장면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다만 군 관계자는 “이번 훈련 방식과 공개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훈련은 광복절이 있는 8월 셋째 주에 실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례적이고 합법적인 훈련을 통해 일본에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포석이다.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 A-50 1대가 지난달 23일 ‘중·러 연합 공중전략 순항훈련’ 중 독도 영공을 침범했던 점도 이번 훈련 실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일본은 독도방어훈련에 강력하게 반발해 왔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해 12월 실시된 독도방어훈련에 대해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의 영유권에 대한 우리나라의 입장에 비춰볼 때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매우 유감이며 훈련 중지를 강하게 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