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분야 기술독립, 전화위복 계기로”

입력 2019-08-05 04:04
이낙연 국무총리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왼쪽부터)이 4일 국회 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고위당정청협의회를 열고 있다. 지난 2일 일본의 2차 경제 보복 조치에 맞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다시는 지지 않습니다’가 배경에 적혀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4일 긴급 협의를 갖고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응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1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당정청은 또 현 위기 상황을 ‘기술독립’을 통해 대외의존도를 낮추고 경제체질을 바꾸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참석자들의 ‘극일(克日)’ 의지가 역력했고, 결기와 비장감이 가득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고위당정청협의회 뒤 브리핑을 통해 “우리 산업의 핵심요소인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고 예산, 법령, 세제, 금융 등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회의는 정부 측에서 5일 발표할 주요 정책 내용을 보고했고, 여당에서 그간 현장에서 취합한 여론을 적극 개진하며 활발한 토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지난주 통과된 추가경정예산안으로 마련된 일본 수출 규제 대응 예산 2700억원을 적재적소에 신속히 집행하고 내년도 예산에서도 최소 1조원 이상을 확보하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민주당은 또 기술자립을 위한 대·중소기업 간 협력과 상생 모델 구축이 시급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조 정책위의장은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국내 공급망을 공고히 하기 위해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수요기업과 수요기업 간 협력에 대해 자금, 세제, 규제완화 등을 패키지로 지원해 강력한 상생협력모델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당정청은 기업맞춤형 실증·양산 테스트베드를 확충키로 했다. 당정청은 국내 산업의 가치사슬에 필수적인 핵심 전략품목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과감하게 늘리고,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및 신속절차를 통해 속도감 있는 지원을 하기로 했다.

당정청은 향후 5년간 글로벌 수준의 전문기업 100개를 지정·육성함으로써 기술자립을 강력히 지원키로 했다. 또 핵심 기술역량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과 기술제휴, 해외 투자유치 등 개방형 기술획득 방식도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2021년 일몰 예정인 소재·부품 전문기업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소재·부품·장비로 확대하고 상시법으로 전환하는 등 제도적인 정비틀도 마련키로 했다. 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범정부 차원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를 신설키로 했다.

회의는 시작부터 비장하고 무거운 분위기였다. 회의장 뒤편엔 태극기를 배경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은 다릅니다. 다시는 지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일본의 경제 공격에 대해 상세한 산업 대책을 착실히 이행해 전화위복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단기적으로 피해가 없지 않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신흥무관학교를 거론하며 기술독립을 역설하기도 했다.

회의에는 이해찬 대표와 이 원내대표, 조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했고 정부에선 이 총리를 필두로 홍 부총리와 경제 분야 주무부처 장관들이 모두 참석했다. 청와대에선 김 정책실장과 함께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나왔다. 한 참석자는 “회의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에 대한 입장을 정하진 않았다”면서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 이후 폐기해야 한다는 강경 기류가 많아진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나래 박재현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