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루새 총기난사 연발… 텍사스 이어 오하이오서 29명 사망

입력 2019-08-05 04:05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의 한 쇼핑몰에서 3일(현지시간) 시민들이 두 손을 들고 건물 밖으로 대피하고 있다. 21세 남성 패트릭 크루시어스는 이날 오전 쇼핑몰 내 대형마트인 월마트에서 자동소총을 난사해 20명을 숨지게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24시간이 채 안 돼 대규모 총기난사 사건이 2건이나 발생했다. 텍사스주의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증오범죄로 의심되는 총기난사로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오하이오주에서도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총기 사건이 일어났다.

미 현지 언론은 3일(현지시간) 텍사스주 국경도시 엘패소의 대형 쇼핑몰 월마트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20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무고한 시민 20명이 목숨을 잃고 20여명이 다쳤다”며 “텍사스 역사에서 가장 치명적인 하루”라고 말했다.

패트릭 크루시어스의 범행 장면을 포착한 CCTV 영상. AFP연합뉴스

경찰은 총격 사건 용의자인 패트릭 크루시어스(21)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댈러스 출신인 그는 이날 오전 10시쯤 월마트에 들어가 소총을 난사했다. 경찰은 크루시어스가 9시간 동안 운전해 엘패소로 왔다고 밝혔다. 그레그 앨런 엘패소 경찰국장은 용의자 크루시어스가 온라인에 게시한 것으로 보이는 선언문이 발견됐다며 증오범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총기난사 사건의 첫 신고전화가 울리기 19분 전, 증오로 가득한 반이민 선언문이 온라인에 등장했다. NYT는 이 선언문에 “우리가 충분한 (숫자의) 사람을 제거할 수 있다면 우리 삶의 방식은 더 지속가능해질 수 있다”는 문구 등 이민자를 비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총기난사가 발생한 엘패소는 멕시코 후아레스시와 접하고 있다. 인구 68만명 중 80%가 히스패닉 계열이다. 멕시코정부도 이날 사상자 중 사망자 3명, 부상자 6명이 멕시코인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미국 전역이 오늘의 혐오행위를 함께 비난하고 있다”며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정당화할 이유나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총기 규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총격은 오전 10시30분쯤 엘패소 동부 월마트에서 발생했다. 경찰은 총격 당시 약 3000명의 쇼핑객과 100여명의 직원이 쇼핑몰에 있던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쇼핑몰에는 새학기를 준비하며 쇼핑하던 가족들로 붐비고 있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AP통신은 엘패소 총기난사 사건이 있은 지 불과 몇 시간 후 오하이오주에서도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시민 9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당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총격 용의자도 사망했다고 밝혔으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총기난사는 미국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지만, 최근 들어 빈도가 부쩍 잦아졌다.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카운티에서 열린 ‘길로이 마늘 축제’에서는 지난달 28일 총격으로 4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당했다. 그 전날에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최소 11명이 다쳤다. 미국의 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비영리단체 ‘에브리타운 포 건 세이프티(Everytown for Gun Safety)’에 따르면 미국에선 매일 100명이 총기로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당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전미총기협회(NRA)와 NRA의 주요 로비 대상인 공화당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오늘이 아니라 이번 주에만 여러 번 (총격사고가) 일어났다”며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미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이자 전 샌안토니오 시장인 줄리안 카스트로도 “우리는 총기 개혁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