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안보상 수출심사 우대 국가)에서 제외한 후 소비자들의 일본 불매운동도 더 거세지고 정교해지는 양상이다. 관련 업계도 소비자들의 반응을 주시하며 일본과 선긋기에 나서는 등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사진).
4일 의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의류업체 삼성물산은 온라인 쇼핑몰인 SSF.COM에서 일본 브랜드인 ‘이세이미야케’를 완전히 내렸다. SSF.COM에서 이세이 미야케를 검색해도 관련 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의류업계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브랜드를 철수하는 건 당장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온라인몰에서는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가능한 일”이라며 “유니클로 사태를 보면서 어느 정도 선긋기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위기가 커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 그룹이 운영하는 마트 킴스클럽은 ‘일본산 제품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비치해 놨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지난 1일 전국 9700여개 점포에 ‘코리아세븐은 대한민국 기업입니다’라는 긴급 안내문을 발송했다. 안내문에는 세븐일레븐이 글로벌 브랜드로 미국 세븐일레븐 본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코리아세븐은 “잘못된 정보로 선량한 경영주님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경영주님의 정당한 영업권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세븐일레븐 브랜드의 국적, 정체성 등에 대해 알려드린다”고 설명했다.
식품 원재료는 일본의 수출 통제 물자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오히려 소비자들의 반발 때문에 일본산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등 유업계는 일부 가공유 제품의 일본산 향 원료를 국산이나 다른 수입처로 대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CJ제일제당 등 일부 식품업체는 즉석식품 등에 일본산 재료를 사용한다는 소문이 돌자 적극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일본산 식재료를 표기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5일 제기된 ‘우리 삶 깊숙히 들어와 있는 일본산 식재료들’이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1만8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국내 최대 헬스 앤드 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에서는 일본 제품 판매가 줄고 있다. 지난달 일본 제품 매출은 전월 대비 소폭 하락했다. 일본 제품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이 커지는 가운데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 관계자는 “(일본 제품 철수 등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쉽게 결정할 수는 없겠지만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