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들 제풀에 풀썩… 괴물, 사이영상 ‘성큼’

입력 2019-08-05 04:06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필드까지 무난히 넘긴 LA 다저스 류현진의 아시아인 최초 사이영상 수상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대의 호적수라던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가 부상으로 계속 자리를 비우고 있고 내셔널리그(NL) 다승 1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마저 난타당했다.

류현진은 현재 부상자명단(IL)에 올라 당분간 출전하지 못한다. 외신에 따르면 류현진은 지난 1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를 마친 뒤 목 오른쪽 부분에 불편함을 느꼈다.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아 10일 후에는 로테이션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사이영상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류현진의 일시적 이탈이 악재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맞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뒷걸음질 치면서 경쟁 구도가 싱겁게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NL 7월의 투수에 뽑히며 류현진의 강력한 맞수로 부상한 스트라스버그는 4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4⅔이닝 동안 홈런 3개 등 9안타 9실점(9자책)으로 무너졌다. 지난달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14의 빛나는 활약으로 류현진을 제치고 이달의 투수상을 거머쥔 스트라스버그가 공교롭게 8월 첫 등판에서 시즌 최악투를 선보인 것이다. 5패째를 떠안은 스트라스버그의 평균자책점은 3.26에서 3.72로 크게 올랐다. 스트라스버그는 현재 14승으로 류현진보다 3승이 많지만 이날 난조로 평균자책점이 류현진(1.53)의 두배를 넘게 돼 사이영상 경쟁력을 크게 상실했다.

더욱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여겨졌던 슈어저의 최근 상황도 좋지 않다. 슈어저는 지난달 중순 올스타전을 마친 뒤 부상으로 등판을 걸렀다가 26일 콜로라도전에 복귀했지만 5이닝 3실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투구 내용을 보였다. 여기에 4일 만에 다시 IL에 등록됐다.

슈어저가 등판하지 못하는 동안 류현진(135⅔)은 결국 슈어저의 이닝수(134⅓)를 제쳤다. 경쟁자들의 자멸로 류현진은 편안한 마음으로 잔부상을 치료하며 복귀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