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 “아시아에 중거리미사일 배치 원해”

입력 2019-08-05 04:01
사진=AFP연합뉴스

마크 에스퍼(사진) 신임 미국 국방장관이 아시아 지역에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전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를 강행한 지 단 하루 만이다. 배치 지역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미국령 괌은 물론 한국과 일본, 대만 등지가 거론된다. 미군 중거리 전력 강화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반발을 초래해 동북아 지역 군비경쟁에 불을 붙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호주를 방문 중인 에스퍼 장관은 3일(현지시간) ‘중거리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검토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 그렇게 하고 싶다”고 답했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배치 시기와 관련해 “나는 몇 달 안에 이뤄졌으면 하지만 육군의 미사일 개발 상황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며 “(배치가)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말한 건 재래식 무기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아시아에 핵무기를 반입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에스퍼 장관의 언급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일 INF 조약 탈퇴를 공식선언한 직후에 나왔다. 1987년 미국과 구소련이 체결한 INF 조약은 사거리 500~5500㎞의 중거리미사일 보유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의 신형 순항미사일 배치에 항의하며 대응 조치로 INF 조약 탈퇴를 예고한 바 있다. 에스퍼 장관은 2021년 만료 예정인 미·러 간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연장에도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미군의 아시아 지역 중거리미사일 배치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는 성격이 크다. 중국은 괌과 대만, 일본, 인도 등지를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미사일을 다수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 측면도 있다. 미국은 INF 조약 탈퇴 명분으로 북한과 중국, 이란의 중거리미사일 개발을 규제할 수 없다는 점을 내세운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INF 조약 탈퇴 직후 기자들에게 “(새 합의에는) 중국도 일정 부분 참여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에스퍼 장관은 중거리미사일을 어디에 배치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외신들은 괌과 함께 한국과 일본, 대만 등지를 배치 후보지로 거론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